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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07. 2022

오잔 바롤, <문샷>.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 

오잔 바롤 Ozan Varol 의 2020년 작품 <문샷>을 닷새 동안 읽었다. 책의 원 제목은 'Think like a rocket scientist' 로,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한글 번역본의 부제는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과학자의 9가지 방법'이며, 내게 이 책을 사준 아내는 책의 부제를 보며 '로켓과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게 물었다. 이 짧은 글은 아내의 질문에 대한 남편의 꽤 성실한 답변이며, 또한 이번 달 독서모임 '책으로1040'를 준비하는 한 참가자의 꽤 진지한 참고자료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6월 21일에 누리호는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고, 그 덕분에 이번 독서가 책상 위에서만 맴도는 빈 말이 아닐 수 있었다.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서문 10쪽 하단부터 11쪽 상단까지 단박에 제시되어있다. 이는 "세상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말이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풀 수 없는 문제를" 푸는 것이다. "실패를 승리로 바꾸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맹목적인 신념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다. "규칙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기본설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언제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오잔 바롤은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총 670 여개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쓰기 연습을 한 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를 묶어냈다.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호기심을 가져야한다. 질문해야한다. 담대하게 도전해야한다. 단순하게 생각해야한다. 모험해야한다.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이리저리 합쳐봐야한다. 고독하게 연구하고 협력하며 생산해야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연습을 거듭해 습관이 되어야한다. 좋아하는 것만 계속 해서는 안 되고, 믿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들여놓은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분명히 쭉 밀고 나가면 사달이 나는 게 자명한대도, "묻고 떠블로" 가는 건 곤란하다. 1986년 1월 28일, 영하 2.2도의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하다가 이륙 73초만에 공중 폭발한 챌린저호의 비극을 생각해야한다.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건 사실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꼭 로켓과학자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며, 돌이켜보면 어릴 때 다 해왔던 것들이다. 일어나자마자 뛰어 놀았고 해가 질 때까지 뛰어 놀았다. 당연한 것들을 계속 질문했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계속 생각했다. 모두가 로켓과학자였고 모두가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했지만, 학교에 들어가고 교과서를 읽고 어른들 말씀을 들으며 바보가 되었다.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론물리학자 데이비드 그로스 David Gross 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과서는 우리가 방황하고 헤맸던 이런저런 대안 경로, 옳다고 믿었던 잘못된 단서, 수 많은 오해들을 흔히 무시하고 빼버린다."


이미 로켓과학자처럼 생각했던 이들을 생각한다. "확산적 사고의 이상주의에, 수렴적 사고의 실용주의"를 강조한 오잔 바롤의 주장은, 故 김대중 대통령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과 다르지 않다. "문샷을 추구한다는 것은 판 자체를 갈아 엎는다는 뜻"이라는 오잔 바롤의 말은, 故 노회찬 의원의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꺼매집니다"는 말과 일치한다. 그 자유롭던 "NASA는 규칙과 절차의 준수가 바람직한 덕목으로 인정받는 관료조직으로 바뀌어갔다." 로켓과학자의 상상력을 가지고 태어난 지구의 모든 인류는 견고한 기존 질서와 조직의 사리사욕 앞에 꿈을 접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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