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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05. 2022

이일균, <지방에 산다는 것>.

지방 소멸, 인간 소멸. 

몇 가지 생각을 해본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자식들을 보낸 어른들이 때가 되어 돌아가시면, 그들이 살고 있던 집은 모두 어떻게 되는 걸까. 사람은 가고 집만 남게 되면, 그들이 썼던 살림살이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 걸까. 홀로 남은 집을 채우러 서울로 수도권으로 갔던 자식들이 도로 오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서울에서 수도권에서 썼던 가재도구들은 모두 어떻게 할까. 반면 서울로 수도권으로 갔던 자식들이 그 빈 집으로 오지 않는다면, 그 때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올까 아니면 빈 집으로 남게 될까.


추세로만 본다면, 서울로 수도권으로 자식들을 보낸 어른들이 돌아가시게 될 경우 그들이 살았던 집은 빈 집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살림살이들은 처리된다해도, 집은 텅 빈 채로 계속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 안에는 먼지가 쌓이고 건물 뼈대에는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간다. 우편함에는 찾아가지 않은 봉투들이 하나 둘 쌓이게 되고 대문 주변에는 쓰레기들이 차츰차츰 늘게 된다. 빈 집을 포함한 동네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게 되고, 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지 않는 이상 그 지역은 결국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 문제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6월 기준, 전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은 경기도, 충청남도, 제주도, 세종시 말고는 없다. 2019년 이후로는 전국 총인구수도 3년 연속 하락세다. 이 경향이 이어진다면 이 4개 지역에도 언젠가는 사람이 준다. 그렇게 되면 그 흔하던 아파트 신축도 언젠가는 멈춘다. 이미 지어놨던 집도 비고, 짓고 있는 집도 빈다. 사람을 낳지 않으니 가지고 있던 재산도 빚도 물려줄 사람이 없다. 인구 예측은 다른 지표에 비해 비교적 정확하다. 


이웃 나라 일본 상황을 참고할 만하다. 대한민국 추세는 좋든 싫든 대개 일본을 따라간다. 초고령화 사회를 진단한 이후, 수도 도쿄와 제2의 도시 오사카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도쿄 주택의 25%가 빈 집으로 남는다고 한다. 대도시가 아닌 도시는 이미 그들 말로 '유령도시'가 된 곳이 많다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멸되는 도시를 부활시킨 사례도 많지만,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 총생산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대규모 전쟁이나 전염병을 제외하고, 두 나라는 처음으로 인구 감소 현상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일균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쓴 2020년 작품 <지방에 산다는 것>을 읽고 나서 꽤 우울해졌다. 국가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 자치분권, 사회혁신 등을 주로 다루었지만, 그 재미없는 주제처럼 활로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경남 지역의 주민자치 사례를 들어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지역 불균형 현상과 전체 인구 감소 추세를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인용해놓은 모 교수의 주장처럼 독립운동을 하는 치열한 자세로 이 문제와 정면대결 해야 되는 걸까. 내 부모 세대도, 우리 세대도, 내 자식 세대도 언젠간 죽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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