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호 세력들.
한 정치인이 쓴 회고록을 읽다가 '3당 합당'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3당 합당'이란, 말 그대로 3개의 정당이 하나의 정당이 되었다는 말이며 1990년 1월 22일에 발표된 그 '3당 합당'은 한국 정치사에 큰 변화와 오점을 남긴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합당으로 평소 야성이 강했던 지역 사람들은 평생 보수적인 사람들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고, 합당에 찬성했던 그 야당 지도자는 제 야망을 위해 자신의 민주화 이력을 보수정당에 쉬 헌납했다.
'3당 합당'을 선언한 정당은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과 당시 야당이던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었다. 각 정당의 수장은 각각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었고, 이 정당들은 합당 발표 이후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 여당이 된다. 이 민주자유당의 지도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 정당의 이름을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바꾸어 불렀고, 2020년 9월 2일부터는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오늘 읽은 한 정치인의 회고록에는 이 '3당 합당'이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66쪽 하단이다. "1990년 1월, 민정당이 두 야당과 합당해 민자당을 출범시킨 사건. 노태우 정권은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내각제 개헌 밀약을 조건으로 3당 합당을 이끌어내 거대여당을 탄생시킴. 민주 진영 분열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역주의 정치와 보스정치를 초래. 군사정권과의 야합이라는 측면에서 강력한 반발이 이어짐."
나는 이 대목에서 2022년 7월 기준 원내 정당들의 모습을 생각해봤다. 1990년 1월처럼 여소야대 상황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1990년 1월처럼 한숨이 나온다. 거대 야당의 지도부는 당시 여당과 합당을 선언한 그 당수처럼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야욕만을 생각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도덕도 염치도 물론 없다. 그래서 나는 상상을 해봤다. 그때처럼, 통 크게 합당을 하면 어떨까? 초록은 동색 아닌가?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은 이미 국민의힘과 합당을 했다. 의석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합당은 합당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자신들이 뭘 해야하는지 모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의원들은, '나는 민주적인 절차로 당선된 국민의 대표' 라는 요사스런 말을 해대며 평생 토호 세력으로 남고자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입법부에 속한 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호족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