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율의 독서 Jul 09. 2022

최은진, <나비 아이>.

아이의 꿈. 

최은진 작가가 쓰고 그린 2021년 작품 <나비 아이>를 읽었다. 작가의 이름을 그 작가의 작품보다 먼저 알고 나서 그림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몇 권 안 되지만, 나는 그간 딸아이 방에 있는 그림책과 딸아이가 도서관에 가서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른 그림책만을 읽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그림책 입문서와 같다.  


<나비 아이>에는 여자 어린이 한 명이 나온다. 외양과 몸짓을 봤을 때 7살 정도의 미취학 아동으로 보인다. 그는 노란 나비를 좋아한다. 나비가 꽃 위에 앉아 있으면 그 앉아 있는 모습을 따라하고, 나비가 꽃 위로 날아가면 그 날아가는 모습을 따라한다. 노란 나비가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이내 슬퍼진다.


노란 초승달이 동쪽 하늘에 걸려 있던 어느 날 밤, 누군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노란 나비였다. 아이는 나비와 함께 숨바꼭질을 한다. 아이가 술래를 하는 동안 나비는 소녀의 눈에서 사라진다. 놀이를 보고 있던 동네 친구들은 모두 킥킥 웃는다. "못 찾겠다, 꾀꼬리"를 애처롭게 외친다. 나비는 아이 머리 위에 앉아 있었다. 


아이와 나비는 다시 즐겁게 논다. 아이는 여전히 나비를 좋아한다. 나비도 이젠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슬퍼하는 눈치다. 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진다. 누군가 창문을 "똑똑" 두드렸을 때,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던 까만 곰 인형이 나타나 아이를 간신히 뜰채로 잡는다. 아이와 곰인형은 선물을 살펴본다. 노란색 나비였다. 


책 앞표지 작가 소개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철학을 공부하고 IT기업에서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붓글씨를 쓰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필몽수묵디자인하우스에서 수묵화를 그리며 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나비 아이>의 나비와 아이는 작가 자신의 꿈이 아닐까 한다.


**

부기 附記


1. 나는 최은진 작가의 <나비 아이>를 읽으면서, 생텍쥐페리의 1943년 작품 <어린왕자>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8년 작품 <이웃집 토토로>를 떠올렸다. 화가의 꿈을 접어버린 생텍쥐페리와 비행기 조종사, 땅 속에 심어놓은 씨앗이 하루빨리 싹 트기 바라던 사츠키와 메이의 모습이 생각났다. 좋은 책은 통하는 법이다. 


2. 책 뒷표지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좋아하면 따라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면 함께 있고 싶습니다. 좋아하면 닮고 싶습니다. 여기 나비가 되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 이루리."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지만, 출판사 편집자가 직접 개입하는 건 결례가 아닌가 싶다. 선장은 작가이며, 편집자는 기관장을 해야한다.


 

   


     

작가의 이전글 강민선, <도서관의 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