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 인사가 만사.
<사기의 경영학>을 읽었다. 저자 김영수 박사는 자타공인 '사마천 <사기 史記>의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하며, 그의 2014년 작품 <사기를 읽다>를 2016년 봄에 읽어본 적이 있다. <사기의 경영학>은 '리더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원앤원북스에서 2009년에 출간된 후 2017년에 절판되었다. 20년 지기 친구와 함께 하는 독서모임 '책으로20'에서 이번 달에 선정한 도서이며, 진지한 감상보다는 책에 적힌 문장 몇 개를 옮기고 그에 대한 짧은 소감을 남기는 것으로 이 책을 정리해본다. 친구는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
먼저 <사기>는 어떤 책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프롤로그 15쪽 문장이다. "<사기>는 제왕들의 기록인 <본기>, 제후들의 기록인 <세가>, 국가의 제도와 그 운영 원리에 대한 기록인 <서>, 연표에 해당하는 <표>, 그리고 역사를 이끈 온갖 인간들의 기록인 <열전>이라는 독창성 넘치는 기전체 紀傳體 역사서의 효시다." '기전체' 라는 표현은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역사 서술 체제의 하나. 역사적 인물의 전기 傳記를 이어 감으로써 한 시대의 역사를 구성하는 기술 방법."
다음으로 이 책의 제목이 <사기의 경영학>인 만큼, 경영에 도움이 되는 문장 몇 개를 옮겨본다. '낚시꾼'의 대명사 강태공 姜太公이 그의 저서 <육도 六韜>에서 한 말이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다. 천하의 이익을 함께 나누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익을 혼자 차지하려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 "지금 상나라 왕은 자신이 살아남을 것만 알았지 망할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쾌락만 알았지 재앙은 모르고 있다." 김영수 박사는 이렇게 부연했다. "민심과 세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전략 중의 전략이다."
<초원왕세가>에는 이런 표현도 있다고 한다.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난다.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은 쫓겨난다. 반면에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들이 귀하신 몸이 된다." 평민 출신 유방 劉邦에게 패한 귀족 출신 항우 項羽의 성격은 이렇게 묘사되어있다. "항우는 어질고 재능 있는 사람을 시기해 공을 세운 자를 미워하고, 유능한 자를 의심하며, 전투에 승리해도 그 사람에게 공을 돌리지 않고, 땅을 얻어도 그 이익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항우는 천하를 잃은 것입니다."
'관포지교 管鮑之交'의 주인공인 제나라 재상 관중 管仲의 주장은 더욱 구체적이다. "유능한 인재를 몰라보는 것이야말로 패업에 방해가 됩니다. 또한 유능한 인재를 알고도 기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패업에 방해가 되며,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고도 소중하게 쓰지 않는 것도 패업에 방해가 됩니다. 소중하게 기용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패업에 방해가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면, 역시 민심은 천심이고 인사가 만사다. 말길을 열지 않으면, 간신을 등용하면 다 같이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