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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15. 202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강아지똥>.

삶과 죽음.

권정생 선생님의 1969 작품 <강아지똥> 읽었다. 서점 검색창에 '권정생' 입력하고 판매량이 높은 순서대로 정렬하니 <강이지똥> 가장 위에 올라왔고, 해당 분류번호대로 서가에 찾아가니 닳고 닳은 <강아지똥> 선생님의 다른 책과 함께 나란히 꽂혀 있었다. 2013년에 재출간된 책이었으나 이미  해져있었다.


내용은 평범했다. 흰 강아지 한 마리가 길바닥에 똥을 눴다. 똥을 찾아온 참새는 똥이 참 더럽다고 했다. 똥을 지켜본 흙은 똥이 참 보잘 것 없다고 했다. 강아지똥은 참 슬펐다. 참새는 하늘로 흙은 밭으로 각자 갈 길을 갔다. 강아지똥은 홀로 남았고 하늘에서는 곧 비가 내렸다. 갈라진 길바닥 틈으로 초록색 풀이 올라왔다.


강아지똥은 초록색 풀이 예쁘다고 했다. 강아지똥은 홀로 아름답게 자라는 초록색 풀을 부러워했다. 초록색 풀이 강아지똥에게 이야기했다. 내게 거름이 되어 달라고 공손하게 이야기했다. 마음이 따뜻해진 강아지똥은 초록색 풀을 감싸 안았다. 강아지똥은 내리는 비에 씻겨 땅 속으로 흘러내렸다. 이내 노란 꽃이 피었다.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초록색 풀은 강아지똥에게 친절하게 부탁했다. 강아지똥은 조건 없이 제 몸을 내주었다. 세찬 비에 제 몸이 녹아 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밀고 나갔다. 비에 제 몸이 다 녹아 내렸을 때, 자신의 온기가 담긴 노란 꽃이 아름답게 피어 올랐다. 삶과 죽음은 이렇게 이어져있었다.


작가의 후기에 이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이 나온다. 시작은 작가의 관찰이었다. 비오는 날 고요히 앉아 밖을 보고 있었는데, 초록색 생명이 가만히 자라고 있었다. 이야기가 생각나 며칠 밤을 지샜다. <강아지똥>은 그렇게 탄생했다. 작가에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작가는 곁에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겼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故 권정생 (1937.9.10. ~ 200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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