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학심사 好學深思.
사마천의 <사기> 완역본을 읽기 위한 마지막 준비 운동으로 이인호 한양대 교수가 2018년에 쓴 <책벌레의 공부>를 읽었다. 그가 쓴 책 가운데 2014년 작품 <하루 한자 공부>를 가지고 있는데, <책벌레의 공부> 역시 <하루 한자 공부>처럼 문장 전체가 정갈하고 담백했다. 맛보기로 다음 문장을 한번 보자. "본인은 책을 읽지 않아도 자식이나 학생에게는 독서를 권한다. 부모나 교사가 솔선수범해도 될까 말까 한데 말이다. 어른들의 잔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니 숨이 턱 막힌다.
깔끔한 문장 몇 개만 더 보자. "공부를 해서 조금 알게 되면 오만해지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겸손이지만 겸손이 누가 겸손해지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의 넓고도 깊은 세계를 알게 되면 절로 그렇게 된다. 그러니 일단은 고인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을 갖는 것이 좋은 태도이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이지, 하루는 한 끼만 폭식하고, 하루는 아예 안 먹고, 이런 식으로 식생활을 하면 몸이 망가진다. 마찬가지로 공부나 독서도 정량을 매일 규칙적으로 할 때 계속할 수 있고, 그것이 쌓이면 실력이 된다."
저자가 인용한 중국 청나라 학자들의 문장들도 말숙하다. 유학자 주용순 朱用純 의 말이다. "성현의 책은 과거에 급제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바른 사람이 되라고 만든 것이다. 그러니 책의 한 구절을 읽으면 자기 행동을 돌아봐서 내가 과연 그렇게 했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성현은 어떻게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이다." 시인 풍반 馮班 의 문장도 품위있다. "책은 많이 읽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꾸준히 읽으면 세월이 약이니 알아서 쌓이게 된다. 배움을 좋아하고 깊이 생각하라는 '호학심사 好學深思' 넉 자를 꼭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중국 여러 학자의 글을 인용하여, 사마천의 <사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우선 소리 없이 눈으로 조용히 읽는 묵독이 좋다. <사기>가 역사책이니만큼, 사마천이 이야기하는 그 시절에 몸을 집어 넣어 마치 그 시대 사람인 것처럼 읽는 것이 좋다. 청나라 문장가 위희 魏禧 의 가르침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고전을 읽을 때 그저 맞다고 하는 것이나 일단 반박하고 보는 태도는 모두 잘못이다. 고인을 경외하는 심정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을 살펴서 조심스럽게 밝히는 것이 좋은 태도라 생각한다."
이것으로 사마천 <사기> 완역본을 읽을 준비 운동은 모두 마쳤고, 마지막으로 위희 魏禧 의 경고를 여러번 읽어보는 것으로 이인호 교수의 <책벌레의 공부>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 경고는 저자가 쓴 이 책의 서문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에도 똑같이 인용되어 있다. "두 종류의 사람은 책을 읽으면 안 된다. 교활한 자와 고집불통인 자. 교활한 자는 더욱 교활해져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자기 자신도 망가진다. 고집불통인 자는 지식까지 겸비하니 더욱 완고해져 남의 말을 일절 듣지 않게 되어 설령 자신을 망치지는 않아도 평생 발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