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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Aug 14. 2022

책 정리.

꼭 필요한 책. 

2021년 말부터 틈틈이 책을 정리하고 있다. 낡고 더러워진 책도 있었고, 다시는 읽지 않을 책도 있었고, 몸과 마음에 해로운 책도 있었다. 책을 하나씩 사서 모으기 시작한 게 2001년이었으니 더 늦기 전에 한번 정리해 둘 필요도 있었다. 처분을 행한 이후 그간 300권 정도를 버렸고, 오늘은 100여권 정도 되는 책에 노끈을 꽁꽁 묶었다. 앞으로도 같은 기준으로 책을 꾸준히 정리할테니, 이 기회에 책을 버리게 된 이유를 한번 기록해본다.


먼저 낡고 더러워진 책을 버렸다. 장서를 목적으로 중고책방에서 대량으로 구입했거나, 양서라고 소문이 나서 사두었지만 끝내 읽지 않았던, 종이가 누렇게 바래 냄새가 심하게 나는 책들이었다. 이런 책들은 애초부터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목적이 독서가 아닌 축적에 있었고, 공부가 아닌 전시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책을 자꾸 사들이면 돈을 버리고 공간을 버리게 된다. 이 습관을 탁 끊어내기 위해 미련없이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또한 다시는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버렸다. 대부분 사회비평 영역에 속한 책들로, 대학 입학 이후 생각과 마음이 뾰족하고 날카로웠을 때 읽은 것들이었다. 이런 책들은 그 효능이 일시적일 때가 많고, 약효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걷어내지 않으면 생각을 키우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그대로 두고 시기별 내 생각의 흐름을 증명할 도구로 쓸까 생각도 해봤지만, 괜히 짐만 되는 것 같아서 모두 싹 버렸다.     


몸과 마음에 해로운 책들 역시 일괄 폐기했다. 모두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여 읽은 것으로, 글 쓴 사람 대다수는 직업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이들이었다. 이런 책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야 그 진위가 파악되는 것으로써 한 인간의 나락을 상상하지 못한 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됐다. 거품이 심할수록 빨리 꺼진다, 말이 많을수록 구린 데가 많다, 옥석을 가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등등.


이 3가지 이유 이외, 더 근본적인 책 정리 목적이 있는데 바로 시간과 공간의 유한성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책을 보관할 장소는 무한하지 않다. 책을 모아둔 사람이 어느 날 죽어버리면, 남은 사람은 그 책을 어떻게 다 처리하겠나. 책이 무한정 늘어나면, 그 책을 어떻게 다 관리하겠나. 책을 읽을 시간과 책을 모아둘 공간은 모두 제한되어있다. 그러니 아끼고 아껴 꼭 필요한 책들만 사서 여러 번 읽는 게 현명하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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