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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Aug 16. 2022

로버트 파우저, <외국어 학습담>.

재미와 보람. 

독립학자 로버트 파우저 Robert J. Fouser 선생의 2021 저작 <외국어 학습담> 읽었다. 일본인 사와다 도모히로 澤田 智洋   <마이너리티 디자인> 읽고 나서 일본어를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강력한 다짐을 하게 됐는데, 어떤 참고서가 좋을지 한참 궁리하던  여러 외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로버트 파우저 선생의 책을 떠올렸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고,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도 있으며, 스페인어를 규모 있게 구사하고이탈리어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1961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언어 순례자이다.


파우저 박사의 외국어 학습담을 익히기 앞서, 먼저 '언어'를 정의하는 일반적인 견해부터 살펴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언어'란 '생각과 느낌 따위를 전달하는 데에 쓰이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그리고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를 뜻한다. 파우저 박사는 이렇게도 표현했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전하려는 '의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식과 정보이고, 또 하나는 소통과 이해다." 이 2가지 의견을 종합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언어 학습 태도를 도출할 수 있다. '잘 배워야 잘 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는 어떻게 배워야 잘 배울 수 있을까. 파우저 박사가 제안한 방법은 '재미'와 '보람'이다. 배움 자체가 재미있어야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더 잘하려고 애쓰다보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 느낌이 지속되면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보람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배움 그 자체와 배움의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외국어를 잘 배울 수 없을까? 애석하게도 잘 배울 수 없다. 억지로 외우고 반복을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그러면 이제 외국어 학습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외국어 실력을 더 기르고 그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몇 가지 장치들을 살펴보자. 파우저 박사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독이다.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 늘어나고, 문법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어휘력이 늘어나면 세계가 확장되고, 문법 구조가 눈에 들어오면 바른 말이 무엇인지 아는 상태에서 말하게 된다. 많이 읽으려면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읽는 능력을 점검해야하고, 학습자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글을 읽어야한다. 정독이 아닌 다독이 필요하다.


이 책 서문에는 2가지 특이점이 있다. 하나는 저자가 자신의 나이를 언급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George Floyd 사망 사건을 반성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책 서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2020년 12월 15일 한국 나이로 환갑을 맞이했다." 미국 태생의 언어 순례자가 환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동아시아 세계의 사고체계를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했다는 것은, 백인 남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지위와 정체성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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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내가 꼽은 이 책의 한 문장은 한국어 서문 후반부에 있는 다음 표현이다. "나에게 외국어 학습은 개인적으로는 즐거움의 원천이면서, (또한)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하는 (보람있는) 길이기도 하다." 지구 반대편 경기도 파주에서, 로버트 파우저 선생의 건강과 미국 사회의 안전을 동시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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