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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Sep 04.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10.

상군 열전 商君 列傳.

싸움은 왜 일어날까? <손자 오기 열전> 에서 아빠가 한번 이야기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면 싸움이 난다. 물길이 막히면 홍수가 나는 것처럼 말길이 닫히면 싸움이 나게 되는데, 말길이 닫히는 걸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 만든 게 법이다. 신호등에 빨간불, 노란불, 초록불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이 없고 차가 없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람이 모이고 차가 모이는 곳에 신호등이 없으면 도로는 금방 뒤죽박죽 되고 사람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러니 법은 최소한의 규칙이다. 하지만 지나친 법은 사람을 잡는 형벌이기도 하다.


오늘 읽을 <상군 열전>의 주인공 '상앙商鞅'은, 바로 이 지나친 법 때문에 스스로 화를 입게 된 사람이다. 상앙은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전국시대는 기원전 403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를 일컫는 용어로, 그는 기원전 338년에 '거열형'을 받아 처형되었다. 거열형이 무엇이냐고? 사람의 사지와 목에 줄을 각각 달아 놓고, 힘센 말이나 소가 그 각각의 줄을 잡고 앞으로 달려나가 사람의 몸을 찢어 죽이는 형벌이다. 왜 이렇게 끔찍한 벌이 있냐고? 그 끔찍한 벌을 사람들이 직접 보게 해서, 허튼 생각하면 똑같이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상앙은 제나라 사람이었던 '사마양저'처럼 서출이었다. 우리가 함께 읽었던 <사마양저 열전>의 한 대목을 다시 떠올려볼까? <관안 열전>의 주인공 안영이 경공에게 '전양저'를 추천하면서 하는 말이다. “양저는 비록 전씨의 서출이지만 그의 글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무예는 적군을 위협할 만하니, 원컨대 군왕께서 그를 시험해 보십시오." 상앙은 전양저와 달리, 젊어서부터 형벌의 종류와 방식을 다루는 '형명刑名'을 좋아했다. 상앙이 형명을 좋아했다는 사마천의 서술을 읽고, 아빠는 사람의 기질과 교육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봤다.


상앙은 위나라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진나라에서 재상이 되었다. 상앙이 만든 법 덕분에 곳간은 차고 나라는 부강해졌지만, 그 나라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를 밀고해야 살아남는 감옥으로 변해 있었다. 상앙을 재상으로 삼았던 효공이 죽자 그에게 원한을 품었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고, 상앙은 목숨을 부지하러 부리나케 도망을 갔다. 어느 한적한 여관에 다다른 상앙은 그곳 주인에게 몸을 피할 자리를 요구했지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법에 여행증이 없는 손님을 묵게 하면 그 손님과 연좌되어 처벌을 받습니다."


법이란 게 이런 것이다. 서로가 토론하고 합의하여 동의한 것이라면 법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반대편의 목소리를 틀어 막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것 또한 법이고, 자신의 재산을 더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 또한 법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법이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법은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지, 법이 없으면 하루라도 떳떳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끌어주는 용도로 쓰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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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돌이  무렵 아빠는  선물로 대한민국 헌법을 필사했다. 헌법에 담긴 구절을 하나하나 읽고 쓰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있는지 생각해봤고, 네가 아빠와 엄마보다는  건강한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했다. 아빠에게 법이란 그런 것이었다. 희망을 담은 글이었다. 다음 시간에는 <소진 열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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