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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Sep 19.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20.

춘신군 열전 春申君 列傳.

인간의 원한과 교육의 가치, 오늘은 이 2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원한에 대해서는 <백기 왕전 열전>에서, 교육에 대해서는 <중니 제자 열전>에서 아빠가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네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도 한 아빠의 마음 때문이기도한데,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 새로운 이야기가 또 나올까도 싶지만 그래도 즐거운 독서를 위한 나름의 방책이니 깊게 헤아려주렴. <춘신군 열전>을 마지막으로 '전국시대 사공자 '이야기가 마무리 되기도 하니 두루두루 정리할 필요가 있다.


춘신군春申君의 본명은 황헐로,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다. 초나라에서 재상까지 지냈던 인물로 그 권세가 대단했으나, 권력의 자리에 오래 머물러 판단력이 흐릿해지자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인물이기도 하다. 먼저 <춘신군 열전>의 첫 문단을 읽어볼까? "춘신군은 여러 나라를 두루 다니며 배워서 보고 들은 것이 넓었으며 초나라 경양왕을 섬겼다. 경양왕은 그가 변론에 뛰어남을 알고 진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견문이 넓어 말을 잘했고 또한 신실한 마음으로 왕의 신뢰도 얻은 춘신군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목이 베이게 되었을까? 


바로 이어서 사마천의 마지막 문장을 읽어보자. "내가 초나라에 가서 춘신군의 옛 성과 궁실을 보니 웅장하구나! 처음에 춘신군이 진나라 소왕을 설득하고 몸을 던져 초나라 태자를 돌아오게 한 것은 얼마나 밝은 지혜였던가! [그런데] 마지막에 이원에게 당한 일은 늙어서 사리 판단이 어두워진 탓이리라. 세인의 말에 '마땅히 결단해야 할 것을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혼란을 겪게 된다.'라고 하였다." 춘신군의 측근 주영이라는 사람이 이원을 조심해야한다고 간곡히 충언했지만, 춘신군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때를 놓쳐버렸다.


이원의 누이동생이 춘신군에게 했던 말도 함께 읽어보자. "초나라 왕께서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아까는 것이 친형제보다 더 합니다. 이제 당신은 20년이 넘게 초나라 재상으로 계셨고 왕께는 아들이 없습니다. 만일 뒤에 왕이 돌아가시고 왕의 형제가 왕위에 오르면 초나라는 임금이 바뀌고, 새 군주는 예전부터 친밀했던 사람들과 친척들을 소중히 여길 것이니, 당신이 어찌 오래도록 총애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뿐만 아니라 당신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정권을 잡은 지 오래니 왕의 형제들에게 예의에 벗어난 행동도 많이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나라 맹상군 전문, 조나라 평원군 조승, 위나라 신릉군 무기, 초나라 춘신군 황헐, 역사가들은 이들을 일컬어 '전국시대 사공자'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공자公子란 선비를 대우하고 식객을 양성하여 자기 세력을 다진 사람을 뜻하는데, 이 공자들은 왜 배우려고 했고 왜 사람들을 모으려 했을까? 아빠 생각은 이렇다. 사람은 모두 부족한 상태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모아야 든든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어야 자기 정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죽고 죽이는 전국시대에는 사람이 곧 힘이자 권력이었다. 


**

며칠 쉬었다가 <사기 열전>의 19번째 이야기인 <범저 채택 열전>을 읽어 나가자.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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