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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Sep 24.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22.

악의 열전 樂毅 列傳.

오늘 읽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20번째 편인 <악의 열전>이다. 여기서 '악의'란 선의, 악의 할 때 그 악의가 아니고 '악'이라는 성과 '의'라는 이름을 가진 전국시대 연나라의 어떤 장군을 말하는 것이다. <악의 열전>을 읽기에 앞서 <사기 열전> 각 편의 구성과 전개 방법에 대해 잠깐 짚어볼까? 시작은 주인공에 대한 배경 설명이다. '아무개는 어느 시대 사람으로, 품성은 어떻고 취미는 무엇이다' 라는 서술이 먼저 나온 뒤 주요 사건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그런 다음 그 이야기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로 하나의 편이 마무리된다.  


그러면 <악의 열전> 가지고 <사기 열전> 구성을 따져볼까?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악의의 선조는 악양이다. 악양은 위나라 문후의 장군이 되어 중산국을 쳐서 빼앗았다."  번째 문단의 시작은 이렇다. "악의는 어질고 병법을 좋아하여 조나라에서 그를 천거했으나…" 이어서 연나라와 제나라 간의 전쟁 이야기와 악의가 연나라에서 모함을 받아 조나라로 피신하는 이야기가 이어지며, 마지막은 "태사공은 말한다"

시작하는 사마천의 평가가 이어진다. "악의가 연나라 왕에게 보낸 「보연왕서報燕王書」 를 읽을 때마다…"


아빠가 <사기 열전>의 구성을 이야기 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이야기의 전개를 익히면 글읽기가 수월하고, 이야기의 형식을 익히면 글쓰기가 수월하다. 지금까지 읽은 스무 편의 <사기 열전>이 모두 배경 설명, 사건 묘사, 저자 평가로 이어졌던 건 아니지만 열 일곱 편은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었다. 남은 오십 편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 지 모르겠으나 쓰윽 훑어보니 이 형식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고, 혹시 독서를 계속하는 가운데 또 다른 형식을 만나게 되면 네게 지체없이 설명해주겠다. 교학상장은 너무나 즐거운 과정이다.


이제 <악의 열전>을 읽어보자. 악의가 활동하던 연나라는 중국 대륙에서도 변방이었다. 나라도 작았고 사람도 적었다. 이런 변방에서 믿을 거라곤 사람을 키우는 것 말고는 없었는지, 소왕은 나라를 일으킬 만한 인재들을 열심히 찾아다녔고 또 모시기도 했다. 악의는 그런 소왕의 정성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다. 악의는 제나라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다른 제후국들과의 합종을 통해 힘의 균형을 이루어 냈다. 비극은 그곳에서 출발했다. 소왕이 죽고 혜왕이 실권을 잡자, 악의는 비극의 주인공들이 그랬듯 미움을 받게 된다.


소왕의 미움으로 조나라에 피신해있던 악의에게, 악의가 없던 연나라를 운영하던 소왕이 편지를 했다. "선왕께서는 나라 전체를 장군에게 맡겼소. 장군이 연나라를 위하여 제나라를 깨뜨리니 이 세상에서 놀라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소. 과인이 어찌 감히 장군의 공로를 하루인들 잊을 수 있겠소?"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사과의 내용이었으나 문제는 다음 문장이었다. "마침 선왕께서 신하들을 버리고 세상을 떠나 과인이 새로 왕위에 오르자 좌우의 신하들이 과인을 그르쳤소." 어리석은 혜왕은 자신의 무능을 신하에게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

악의는 결국 연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조나라에서 죽었다. 무능한 주군에게 직언을 하지 못하는 신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무능한 왕 바로 그 자체이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무능한 왕이 염치도 없어 온 나라가 망신을 당하고 있는 바로 그 참담한 상태이다. 숨을 좀 고르고, 다음 시간에는 <염파 인상여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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