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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Sep 25.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23.

염파 인상여 열전 廉頗 藺相如 列傳. 

인상여는 전국시대 조나라 사람이다. 조나라 혜문왕의 환관 중에 무현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인상여는 그 무현의 사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조나라 혜문왕은 초나라의 '화씨벽和氏璧'이라는 보옥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었는데, 진나라 소공은 이 비취 원석을 탐내고 있었다. 힘이 센 진나라는 조나라에 '화씨벽을 주면 진나라의 성 15개를 준다'고 했지만 그게 약조가 아닌 협박이라는 걸 조나라 조정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난관을 돌파할 만한 사람이 조나라 조정에는 없었고, 환관 무현은 혜문왕에게 인상여를 추천했다.


자, 이제 일을 성사시키러 간 인상여가 진나라 왕에게 한 말을 함께 읽어볼까? "대왕께서는 화씨벽을 얻을 욕심으로 사신을 통해 조나라 왕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조나라에서는 신하를 모두 불러 이 문제를 상의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신하들은 한결같이 '진나라는 지나치게 욕심이 많아 자신의 강대함만을 믿고 화씨벽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화씨벽을 주고 대신 받기로 한 성은 얻지 못할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힘이 약한 나라의, 환관의 사인이었던 인상여가, 힘이 센 나라의 권력의 정점에 있던 왕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놀랍지 않니?


이날 이후 인상여의 위상은 더 높아졌고, 인상여의 공로를 치하한 조나라 왕은 그에게 상경上卿을 벼슬을 내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염파가 불만이었다. "나는 조나라 장군이 되어 성의 요새나 들에서 적과 싸워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인상여는 겨우 혀와 입만을 놀렸을 뿐인데 지위가 나보다 높다. 또 인상여는 본래 미천한 출신이니, 나는 부끄러워서 차마 그의 밑에 있을 수 없다." 인상여는 염파의 말을 건너건너 듣게 되었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염파와의 자리 자체를 피하자 이번에는 또 인상여의 사인들이 하나같이 불만이었다. 


"저희가 친척을 떠나와서 나리를 섬기는 까닭은 오직 나리의 높은 뜻을 사모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리께서는 염파와 같은 서열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리는 염파가 나리에 대해 나쁜 말을 퍼뜨리고 다니는데도 그가 두려워 피하시며 지나치게 겁을 내십니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도 부끄러워하는 일인데, 하물며 장군이나 재상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못난 저희는 이만 물러날까 합니다." 천천히 듣고 있던 인상여는 조용히 물었다. "그대들은 염 장군과 진나라 왕 가운데 누가 더 무섭소?" 사인들이 답했다. [염 장군이 진나라 왕에] 못 미칩니다." 


이에 대한 인상여의 답변을 들어볼까? "저 진나라 왕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궁정에서 꾸짖고 그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소. 내가 아무리 어리석기로 염 장군을 겁내겠소?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강한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만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어울려서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오." 이 말을 건너건너 들은 염파는 손수 인상여를 찾아와 사죄를 구했다. 


**

<염파 인상여 열전>에는 인상여와 염파 말고도 조괄과 이목이라는 사람도 등장하지만, 아빠는 인상여의 기개와 그 됨됨이에 큰 감동을 받아 네게 그에 한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다음 시간에는 <전단 열전>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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