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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Sep 26.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24.

전단 열전 田單 列傳.

<전단 열전>은 짧다. 아빠가 읽고 있는 민음사 판본으로는 겨우 10페이지다. 이 10페이지도 전부 사마천의 문장으로 새겨진 게 아니다. 1페이지는 이 책을 번역한 김원중 교수의 설명이고, 1페이지는 삽화이고, 1페이지는 여백이다. 그러니 본문은 7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아주 짧은 글이다. 짧은 글이니 설렁설렁 넘어가자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짧아도 꼼꼼하게 읽자는 말일까? 그것도 아니다. 우리가 '고전'이라 일컫는 것도, 사실은 '작은 것들이 천천히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졌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을 견뎌낸 게 고전이다.


<전단 열전>만 짧은 게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읽었던 이야기 중에 <백이 열전>, <관안 열전>, <양후 열전>, <맹자 순경 열전>은 번역자 설명, 삽화, 여백을 다 포함해도 12페이지였다. 이보다 더 짧은 글도 있었다. <사마양저 열전>은 모든 걸 다 포함해도 8페이지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는 왜 고전 읽기를 어려워 할까? 아빠 생각은 이렇다. 고전은 늘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고전을 읽었다는 사람들이 '나 고전 읽은 사람'이라며 목에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고전을 읽으려면 대단한 지식이 필요하다며 어깨에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백이 열전>에서부터 <염파 인상여 열전>까지 총 21편의 이야기를 읽었다. <백이 열전>을 읽기 전에 <사기 열전>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 <태사공 자서>를 읽었으니 모두 22편의 이야기를 읽었다. 아빠 생각에, 이 22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 그리 대단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장소도 많아서 복잡하긴 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읽을 시간과 읽을 장소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읽거나, 힘들어서 못 읽겠다면 잠시 쉬었다가 또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그럼 이제 <전단 열전>을 본격적으로 읽어볼까? 전단田單은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이다. <악의 열전>의 악의와 같은 시대 사람으로, 전단은 제나라의 장군이었고 악의는 연나라의 장군이었다. 제나라는 지금의 칭다오 지역, 연나라는 지금의 베이징 지역 부근에 있던 나라였는데, 두 나라는 조나라를 사이에 두고 연전연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쟁 초반의 기세는 연나라가 앞섰다. 제나라에 남은 성은 겨우 거성과 즉묵 두 곳이었는데, 바로 이때 전단이라는 장군이 기가 막힌 전략과 계략을 세워 승기를 잡고 전세를 역전했다.


전단의 기가 막힌 책략이 무엇이었냐고? 그리 대단한  아니었다. 연나라 권력자가 악의를 미워하게  것이  번째요, 일어날  있는 일들을 미리 대비하여 전쟁을 준비   번째이다.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듯이, 본질은  간단하고 소한 것이었다. 견디고 참고 배우고 익히면 되는 것이었다. 본질을 붙잡고 시간과 압력을 견뎌내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되는 것이었다. 뭐라고? 참고 견뎠는데 아무 것도  되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아빠도 뾰족한 수가 없다. 아빠가 아는  그냥 쭉 밀고 나가는 , 그것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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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23번째 이야기인 <노중련 추양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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