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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Sep 26. 2022

이충렬, <신부 이태석>.

John Lee 신부, 쫄리 신부 故 이태석. 

이 책이 내 손으로 오기까지의 이력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겠다. 2022년 7월, 故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몇 권 읽다. 2022년 9월, 권정생 선생의 삶이 궁금해 그의 전기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다. 권정생 선생이 현실 교회와 반목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다. 2022년 9월, 김훈 작가의 소설 <하얼빈>을 읽고 故 안중근 의사의 세례명이 '토마스', 한국식으로 '도마'라는 걸 확인하다. 2022년 9월,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쓴 이충렬 작가의 다른 저작을 훑어보던 중 2021년에 출간된 <신부 이태석>을 발견하다. 2022년 9월, 책을 사다.


2006년, 해병 1사단 충무대 성당에서 세례를 받다. 세례명은 '바오로'. 왜 바오로 인지 물어보니 내 생일이 사도 바울의 회심 날짜와 같다는 답을 듣다. 첫 휴가 때 집 근처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한 후 전역 때까지 성당에 거의 가지 않다. 2011년,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다. 2011년,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를 읽다.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생각해보다. 2013년, 북미 대륙 체류 중 아주 가끔씩 성당을 가다.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를 읽다. 2021년, 영화 <두 교황>을 보다. 영화가 재미있어 2022년 8월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다. 


2022년 9월, 추석 연휴동안 벌초를 하고 선친 유택에 참배를 하다. 훗날 벌초를 더 이상 못 하게 될 경우, 조상의 봉분과 선친의 유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홀로 생각해보다. 교회에 다니는 어머니와 앞으로 선친 추도식을 일년에 몇 번 할 것인지,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게 되면 앞으로 두 분의 추도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다. 추석 명절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몇 가지를 생각해보다. 종교는 무엇일까? 추도는 무엇일까? 종교를 창시했거나 종교를 발전시킨 옛 성인들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궁극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2022년 9월, 소설 <하얼빈>에서 포수 안중근과 신부 빌렘의 대화를 여러 번 읽다. "이토를 쏠 때, 이토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조준했습니다. 쓰러뜨리고 나서, 신부님께 세례 받던 날의 빛과 평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평화가 너에게 다가오고 있다. 계속 말해라, 도마야. 너는 1907년에 조선을 떠나서 대륙으로 갔다. 그후에 네가 한 일을 다 말해라. 옥리들이 입회해 있으니 작은 소리로 말해라. 다 말해라. 모두 다 말해라." 이 대화를 여러 번 읽고, 안중근은 빌렘 신부에게 무슨 말을 했을 지 또 빌렘 신부는 어떤 말을 했을 지 생각해보다.


2022년 9월, <신부 이태석>을 6시간 동안 읽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허해지는 걸 느끼다. 11년 전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를 읽었을 때의 마음을 다시 느끼다. 서가에 꽂아둔 가톨릭 사제에 대한 서적들을 훑어보다. 가톨릭 교리를 다룬 책은 어떤 게 있는지 온라인 서점에서 살펴보다. 책을 더 사기 전에 이미 사둔 책을 몇 번 더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다. <신부 이태석>을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지만 더 이상 생각이 나아가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까지의 이력을 정리하며, 흩어졌던 마음을 제자리로 돌리려 다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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