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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04.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27.

여불위 열전 呂不韋 列傳.

여불위呂不韋는 전국시대 진나라 사람이다. <양후 열전>과 <범저 채택 열전>에 나왔던 진나라 소왕과 동시대 사람으로, 소왕의 아들 안국군 효문왕과 효문왕의 아들 장양왕 자초 곁에서 권세를 누린 자이다. 여불위의 출생 연도는 제대로 알려진 게 없고 사망한 해는 기원전 235년이라고 전해지는데, 전국시대가 기원전 403년에서 기원전 221년까지이니, 우리는 그가 전국시대 말기에 이름을 날린 사람 정도로 인식할 수 있겠다. 같은 시대에 여불위 말고도 세력을 구축한 이들이 많았는데, 사마천은 대체 여불위의 어떤 점에 주목했을까?


<여불위 열전> 첫 문장을 읽어보자. "여불위는 양책의 큰 상인으로 여러 곳을 오가면서 물건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되팔아 집안에 천금의 재산을 모았다." 사마천이 주목한 건 바로 여불위의 장사 수완이었는데,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이제부터 천천히 살펴보자. 여불위가 장사를 하고 있던 조나라 한단 지역에 '자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나라 소왕의 아들인 안국군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이었는데, 당시 자초는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는 상태였다. 이 자초의 신분을 알게 된 여불위는, 바로 그의 '지위'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여불위는 우선 안국군이 총애하던 화양 부인을 찾아가 재물을 바치며, 아들이 없던 그가 자초를 양자로 들일 것을 부탁했다. 화양 부인은 안국군을 설득해 자초를 양자로 들였고, 소왕이 사망한 후 안국군은 진나라의 왕위를 잇게 된다. 자초는 자연스럽게 진나라의 태자가 되었고, 화양 부인을 등에 업은 투자자 여불위도 자연스레 권력을 누리게 된다. 안국군 효문왕은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못 가 노환으로 세상을 뜨게 되고, 여불위가 그토록 오랜시간 투자했던 자초가 마침내 진나라의 새로운 왕 '장양왕'이 된다. 투자는 일단 성공했다.


비극은 지금부터다. 여불위가 자초에게 투자를 시작할 무렵, 그에게는 아름다운 얼굴을 졌고 춤을  추는 여인이   있었다. 자초가 여불위의 투자 전략을 듣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했을  우연히  무희를 보게 됐는데,  매력에 빠져버린 자초는 다짜고자 그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했다. 여불위는 당연히 화가 났지만,  그림을 그리며 투자를 시작한 그는 자초에게  무희를 바친다. 무희의  속에는 여불위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자초는  사실을 모른  그와 혼인을 맺게 된다. 시간은 흘렀고 마침내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사내의 이름은 '정政'이었다. 정의 어머니의 남편, 그러니까 자초가 장양왕이 되었을 때 정의 나이는 겨우 아홉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장양왕 또한 단명을 하게 되었고, 사내의 어머니는 상국의 지위에 있던 여불위와 정을 통하게 된다. 의심이 많고 신중한 성격이었던 정은 마침내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장성한 정은 왕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어머니를 궁궐 밖으로 내쫓고 여불위에게는 짧은 편지 한 장을 보내 그 스스로 자결을 택하게 한다. 이렇게 여불위의 투자는 비극으로 종료되었고, '정'은 더 자라나 중국을 평정한 '진시황'이 된다. 


**

아빠는 투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여불위의 행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 말이 별로 없다.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26번째 이야기인 <자객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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