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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03. 2022

강창훈,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

차이를 긍정하는 습관. 

올해 초 어느 날이었다. 방에서 크리스토프 샤부테가 각색한 <모비딕>을 읽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쓱 다가와 옆에 앉았다. 책에 그려진 그림들이 신기하게 보였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빠, 아저씨들이 고래한테 던지고 있는 이건 뭐야?' , '아빠, 고래가 왜 화났어?' , '아빠, 아저씨들이 왜 고래를 찌르고 있어?'


나는 딸아이에게 천천히 답을 했다. '아, 아저씨들이 고래를 죽여야지만 돈을 벌 수 있어. 고래 몸 속에는 기름이 많이 있는데, 고래를 죽여야 그 기름을 얻을 수 있거든. 이 때는 고래 기름으로 길거리에 있는 등불을 밝혔다는데, 그래서 아저씨들이 먼 바다에 나가서 고래를 잡았던거야. 그 땐 그렇게 해야만 살 수 있었대.' 


아빠의 답이 이상하게 들렸던지, 딸아이는 중간중간 말을 끊고 다시 이것저것 말했다. '그러면 고래가 아프잖아.' , '고래를 찌르면 고래가 속상하잖아.' , '아빠 고래를 죽이면 아기 고래가 슬퍼하잖아' , '아빠, 근데 왜 돈을 벌어야 해?' , '아빠는 돈 벌지 말고 나랑 같이 집에 있자.' , '돈 벌러 회사 가지 말고 나랑 같이 놀자.'


어제 강창훈 작가가 쓴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을 읽었다. 역사를 전공한 아빠가 영화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방법을 서술한 책이었다. 작가가 활용하는 도구들은 다양했다. 책, 지도, 영화, 고궁, 박물관 등 작가의 표현대로 "도처에 널린" 게 역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도구였다.


역사를 전공했고, 역사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어린이 역사책을 쓰고 있는 작가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건 '차이'를 이해하고 '차이'와 공존하는 방법이었다. 책의 소제목으로 뽑아놓은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와 "그때 그 사람들과 대화하기"는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하는 법'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

강창훈 작가의 책을 다 읽고 이걸 어떻게 정리할까 궁리하다가, 딸아이와 나눈 <모비딕> 이야기가 그나마 어울릴 것 같아 우격다짐으로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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