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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01. 2022

<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

기자들의 객관성.

제목 그대로 기자들이  외교 취재 현장의 뒷이야기이다. 그런 만큼 현안을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은 아니었고, 공중에 제출하지 못한 직장인들의 소회에 가까운 글이었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사고를 치는  정부의 실력과 태도에 염증을 느끼던  우연히  책을 발견했는데, 나는  글들을 지난 5 동안 있었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본다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이해가  되는 대목  있었다.


먼저 굵직했던 옛 사건들을 쭉 나열해보자. 2018년 2월 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2018년 9월 18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2019년 2월 27일,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2020년 1월, 코로나 발병 및 전 세계적 확산.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기자들이 취재한 이 사건들의 뒷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즐거움은 분명 있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과의 회동을 부담스러워하며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만찬 자리에 뒤늦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읽고는 '공직자의 그릇'에 대해 생각해봤고,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언쟁을 읽고는 '리더의 자질'과 함께 '인간의 교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뒷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는 거리였다.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은 '기자'라는 직업이 문장의 주어로 군림하는 표현들이었다. 114쪽에 이런 문장이 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던 도보다리는 2019년 5월 시민들에게도 개방됐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의 일이다." 이 까지는 평탄한 문장인데, 문제는 이어지는 다음 서술이다. "기자도 당시 취재차 공동경비구역을 찾았다." 이런 문장은 없다. 유독 대한민국의 몇몇 기자들이 이런 문장을 쓴다.


이 책의 공저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현장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소개해 준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지난 날의 주요 사건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몇몇 기자들의 태도에 의아할 때가 더러 있는데, 바로 '기자들은 늘 객관성의 정상에 올라서 있다'라고 믿는 오만한 습관이다. "기자도 당시 취재차 공동경비구역을 찾았다"를 "나 역시 공동경비구역을 찾았다"라고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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