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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07.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29.

이사 열전 李斯 列傳.

오늘 우리가 만나볼 사람은 초나라 사람 이사李斯이다. 이사, 어째 익숙한 이름이지? 그래, <노자 한비 열전>과 <맹자 순경 열전>에 나왔던 그 이사 맞다. <이사 열전>에는 이사 말고도 여러 사람이 나온다. 진나라 시황제가 나오고, 시황제의 환관 조고가 나오고, 시황제의 아들 호해가 나온다. 진나라 시황제는 어떻게 죽었고, 조고는 어떤 말로 권력을 유지했으며, 호해는 또 어떻게 권력을 승계했는지를 <이사 열전>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아빠는 그것보다 이사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여 그의 생애와 언행을 전반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사 열전>의 첫 문단을 함께 읽어보자. "이사는 젊을 때 군에서 지위가 낮은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 변소의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자주 놀라서 무서워하는 꼴을 보았다. 그러나 이사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창고 안의 쥐들은 쌓아 놓은 곡식을 먹으며 사람이나 개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로구나.'" 이사가 그 자신의 지위를 '변소의 쥐'에 비유했던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사는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우선 공부를 시작했고, 배움을 마치자 자신의 스승 순경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천한 자리에 있으면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은 새나 짐승이 고기를 보고도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본다 하여 억지로 참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큰 부끄러움은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이며, 가장 큰 슬픔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입니다. 오랜 세월 낮은 자리와 곤궁한 처지에 있으면서 세상의 부귀를 비난하고 영리를 미워하며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의탁하는 것은 선비의 마음이 아닐 듯합니다."


이사는 이 말을 끝으로, 당대 가장 힘이 셌던 진나라를 찾아 갔다. 이사는 탄탄대로를 탔다. 훗날 시황제가 되었던 진왕의 눈에 띄어, 자신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시황제가 듣기 좋아 했던 말을 골라 했고, 시황제가 하고 싶어했던 것들을 도맡아 했다. 시황제를 비난하는 사람은 모조리 내쳤고, 진나라를 비판하는 사람은 모조리 죽였다. 법령을 개정해 백성들의 입을 막았고, 옛 문헌과 문서들을 모조리 불태웠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멀리 했고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자행했다. 그렇게 이사는 객경이 되었고 승상이 되었다.


이사가 한비와 함께 순경(순자)의 문하에 있던 시기, 이사는 한비를 내내 시기했다. 이사가 진나라에서 지위를 높이고 있던 시기, 이사는 또 한번 한비를 시기했다. 진나라 왕이 우연히 한비의 글을 읽고 감탄해 마지 않아 그를 기꺼이 모시길 원했으나, 이사는 한비가 진나라로 왔을 때 자신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없는 말을 지어내 친구를 자결케 했다. 군 조직의 하급 관리였던 이사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지위를 높이고 권세를 누렸다. 시기하고 모함하고, 기만하고 험담했다. 이사의 말로는 어땠을까? 오형五刑을 당해 처참히 죽었다.


**

아빠는 이사의 야망을 이해하면서도, 멈출  몰랐던 그의 출세욕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없이 착잡해진다. 지위와 명예는 중요하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원칙과 신뢰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건 바로 사람, 사람 그 자체이다.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28번째 이야기인 <몽염 열전>을 읽어보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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