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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Dec 30. 2021

<길가메쉬 서사시>.

필멸의 인간, 불멸의 도시. 

길가메쉬 서사시는 길가메쉬가 겪은 고난을 돌기둥에 새긴 이야기이다. 그는 영원한 이름을 얻기 위해 삼목산을 올랐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대초원을 방황했다. 긴 여행을 마친 후 그는 지혜를 얻었고, 우루크로 돌아와 성벽을 세웠다. 그가 얻은 지혜는 "인간이 즐길 운명"에 관한 것이었고, 그가 세운 성벽은 "하늘의 최고신 아누의 거처"이자 "동시에 사랑과 전쟁인 여신 이쉬타르의 거처"였다. 돌기둥에 새겨진 이 길가메쉬 서사시는 서사(序詞)에서 출발해, 엔키두와의 우정, 두 번의 긴 여행을 거쳐, 귀환과 도시의 건립으로 마무리된다.


길가메쉬는 "욕망이 워낙"컸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으나 "도시는 그가 쌓아놓은 망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불멸의 이름을 얻기 위해 "친구인 동시에 조언자인" 엔키두와 함께 "신들의 거주지"인 삼목산을 올랐다. 야생에서 태어나 여성과 우정의 힘으로 문명인이 된 그의 친구 엔키두는 "길에 눈 뜬 자"이자 길가메쉬에게는 없는 "넓은 도량"이 있었다.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훔바바와 후와와를 만났고, 그들에게 치욕감을 주며 마침내 그들을 제거한다. 이쉬타르마저 "길가메쉬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고, 그래서 "하늘의 황소가 우루크에 도착했다."

  

길가메쉬는 엔키두를 잃었다. 친구를 떠나보낸 길가메쉬는 그의 장례를 극진히 치르고 영생을 얻기 위해 또 한 번 여행을 떠난다. 그는 죽음이 두려웠던 것이다. 두 번째 여행 또한 고난의 길이었다. 그가 마주한 이들은 길가메쉬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를 주었지만, 지혜를 얻은 길가메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평정을 되찾고 만난 씨두리의 충고는 결정적이었다. "길가메쉬, 당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돌보고, 당신 부인을 데리고 가서 당신에게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주세요. 이것이 인간이 즐길 운명인 거예요. 그렇지만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지요."

  

길가메쉬는 "우루크 성(城)으로 돌아왔다." "죽음의 바다를 건널 때마다 그 물을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우르샤나비의 "신비한 돌"마저 깨버리고 돌아왔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영생이 인간의 운명이 아닌 것임을 알았고, 인간이 즐길 운명이 무엇인지를 자각했다. 두 번의 머나먼 여행에서 돌아온 길가메쉬는 겸손해졌고, "매우 지쳐 있었으나 평온이 찾아들었다." 길가메쉬는 성벽을 건립했다. "1평방 마일은 도시며 1평방 마일은 대추야자나무 숲 우거진 정원이며 1평방 마일은 점토 채석지며 0.5 평방 마일은 이쉬타르 신전이 점하고" 있었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길가메쉬가 처한 가혹한 운명을 기록한 이야기이다. 그는 불멸의 이름을 얻고자 했으나 친구를 잃었고, 영생을 얻고자 했으나 그것이 인간의 몫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두 번의 여행으로 그는 성숙해졌다. "고생 끝에 완전히 지쳐버리면, 슬픔으로 가득 채우고 긴 인생 항로를 조급히 끝내는 길로 접어든다"는 유일무이한 영생자 우트나피쉬팀의 조언을 몸 속에 새겨넣는다. 인간의 몫을 충실히 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길가메쉬는 남은 인생을 도시의 성벽을 건립하는데 몰입하고, 분노에 얽힌 마음을 내려놓고 저승으로 간다. 


작성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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