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표 팽월 열전 魏豹 彭越 列傳.
딸아, 어느덧 30번째 이야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까마득하더니 한 편 한 편 천천히 읽어 가니까 진도가 나가기는 나가는구나. 되든 안 되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습관도 몸에 배고, 인간의 한계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오래되어 고귀해진,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자연에 대해서도 그리고 우리가 읽고 있는 고전에 대해서도 겸손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고생 많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남은 40개의 이야기도 즐겁게 읽어볼까?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
오늘 읽을 이야기는 <위표 팽월 열전>이다. 시대는 바로 앞에서 읽었던 <장이 진여 열전>처럼 진말한초秦末漢初이며, 이런 시대적 이유로 등장 인물들 또한 현실에 머무르기 보다는 현실을 바꾸자는 태도를 몸에 지니게 되었다. 위표魏豹는 위나라 사람이고 팽월은 진나라 사람이다. 위표는 기원전 204년에 그리고 팽월은 기원전 196년에 죽었는데, 두 사람 모두 신분을 극복하고 출세의 길에 들었으나 시황제에 이어 중국 대륙을 평정한 한 고조 유방에 의해서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사마천은 이 두 사람이 ‘때를 잘못 만났다’고 평했다.
<위표 팽월 열전>은 이 정도가 큰 줄거리이고, 아빠는 네게 ‘위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행동과 팽월이 도둑에서 무리의 우두머리로 변천하는 과정을 짧게 들려주고 싶다. 위구는 위표의 사촌형이다. 위구는 위나라의 왕이었는데, 어느 날 ‘장한’이라는 자가 이끄는 군대의 침략을 받게 된다. 이때 위나라 왕 위구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사마천의 문장으로 확인해볼까? “위구는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항복하기로 약속하였다. 투항 조건으로 내세웠던 약속이 이루어지자 위구는 스스로 불에 타 죽었다.” 이 짧은 문장이 참으로 강렬했다.
팽월彭越은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무리를 이루어 도둑질을” 하던 사람이었다. 진나라가 쇠락하고 진섭과 항우가 세력을 다투고 있던 때였다. 팽월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걸 알았던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달라고 몇 번이고 청했지만, 팽월은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청이 계속되자 팽월은 결국 받아들였는데, 그가 내세운 조건은 딱 하나였다. 약속 시간을 지킬 것. 팽월은 자신을 우두머리로 내세운 사람들에게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목을 벤다고 하였는데, 그 중 10명이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팽월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나는 늙었지만 여러분이 억지로 간청해서 우두머리가 되었소. 그런데 약속을 해 놓고도 늦게 온 자가 많으니 그들의 목을 다 벨 수는 없고 가장 늦은 한 사람만 죽이겠소.” 그랬더니 모두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다음부터는 감히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팽월은 약속대로 그 사람을 끌어내 목을 베었고, “제단을 만들어 제사를 올린 뒤 무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리는 팽월을 두려워하여 감히 올려다보는 자가” 없었고, 팽월의 부대는 이후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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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월의 군율을 들으니 예전에 읽었던 ‘사마양저’와 ‘손무’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니?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31번째 이야기인 <경포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