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 원칙, 꾸준함.
<운명에서 희망으로>를 읽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말을 심리학자 이나미 박사가 분석한 책으로, 2017년 3월 23일에 초판 1쇄가 출간됐다. 2016년 12월 10일에는 국회에서 18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2017년 3월 10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된 대통령을 파면한 일이 있었다. 이나미 박사의 문장은 넘치는 데가 많았고 군데군데 오탈자가 꽤 있었지만, 대통령의 생각을 읽어보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크게 개의치 않고 독서를 마무리했다. 인상 깊은 대목을 몇 개 옮겨 적는다. 김정숙 여사의 문장도 처음 읽게 됐다.
- 이나미 박사 : (삼국지의) 유비 같은 경우는 약간의 우유부단함이라든지, 아주 똑똑하지는 않은 그런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 어떻게 생각하세요? - 문재인 후보 : "그렇게들 생각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유비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에요. 위기에 몰려서 추격 당하고 거의 전멸당할 상황에 몰리는데도 피난민들과 끝까지 함께 가거든요. 다들 그들을 버리고 가야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끝까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그렇게 원칙을 지킨 사람이 유비예요. 그래서 천하의 3분의 1이라도 차지해가는 거죠. 나는 진짜로 강한 게 그런 거라고 봐요."
- 김정숙 여사 : “호박은 그냥 놔두어도 덩굴이 뻗어 나가고 그러잖아요. 길거리에서 나뒹굴기도 하고 그래요. 호박 농사를 짓는 농부는 호박 덩굴이 안 좋은 곳으로 뻗어나가지 않게 좋은 환경으로 올려주고 햇살이 잘 드는 곳으로 방향을 틀어주고 그러는 거죠. 풀숲에서 막 덩굴진 호박이라도 흙을 빼주고 조금만 돌려주면 열매를 맺고 길을 가요. 역사도 그렇게 흐른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쥐고 있는 지도자는 호박 농사를 짓는 농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엉망진창이 된 여기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주는 것,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 문재인 후보 : “중요한 것은 국민들 손을 꼭 잡고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 내가 정치로 들어온 것은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였고, 그래서 바꿔내지 못하면 나의 한계를 인정해야겠죠. 그래도 노력이 계속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가치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당장의 대통령직을 위해 원칙이나 가치를 버리거나 굽히고 나가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국민들 전체적으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출간된 책 가운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 한번 씩 일별했다. <문재인의 운명>, <1219 끝이 시작이다>, <대한민국을 묻는다>와 이 책 <운명에서 희망으로>에 일관되게 나오는 단어는 ‘일관, 원칙, 그리고 꾸준함’이다. <운명에서 희망으로>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나는 일관되고 꾸준한 게 좋아요. 그래서 과격한 주장이나 강경한 목소리는 오히려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런 문장도 있었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나라로 만들자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