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노관 열전 韓信 盧綰 列傳.
오늘 우리가 읽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33번째 편인 <한신 노관 열전>이다. <사기 열전>이 모두 70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으니 반환점이 드디어 눈 앞에 보이고 있다. <사기 열전>의 34번째 이야기는 <전담 열전>이고 35번째 이야기는 <번역등관 열전>인데, <번역등관 열전>까지 다 읽게 되면 이 35개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돌이켜보는 시간을 한번 마련해보자. 사마천이 다루었던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언제였고, 등장한 인물들은 어떤 직업을 가졌으며, 이들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는 어떠했는지 정리해보는 게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사기 열전>의 형식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볼까? 20번째 편인 <악의 열전>을 읽을 때 <사기 열전>의 구성과 전개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반환점을 돌기 전에 한번 더 사마천의 글쓰기 방법을 따져보자. 서두는 인물 묘사이다. 아무개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 사람으로, 성격은 어떠했고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묘사한다. 본론은 사건 설명이다. 어떤 일이 언제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설명한다. 결론은 인물 평가이다. 아무개는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이런저런 선택을 해서 이런저런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 이 형식을 염두에 두고 오늘 이야기인 <한신 노관 열전>을 함께 읽어보자. 한신을 이야기하는 첫 문장은 이렇다. "한韓나라 왕 신信은 원래 한나라 양왕의 첩의 손자로서 키가 여덟 자 다섯 치나 되었다." 오늘 다룰 한신韓信은 <회음후 열전>의 주인공인 한신韓信과 동명이인으로, 그 살았던 시대까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우니 각각 ‘한왕 신', '회음후 한신' 으로 부른다는 것도 알아두자. 이 한왕 신은 한漢나라에서 공을 세우고 권세를 누렸으나, 이웃 나라인 흉노匈奴와의 교류가 유방의 의심을 사게 되어 결국 비참하게 죽었다.
노관盧綰을 이야기하는 사마천의 첫 문단은 이렇다. "노관은 풍 사람으로 고조와 같은 마을에서 살았다. (…) 고조가 평민일 때 죄를 짓고 피해 다니며 숨어 지낸 적이 있는데, 노관은 언제나 그를 따라다녔다." 노관은 유방과의 우정 덕분에 연나라 왕으로 봉해지고 권세를 누렸으나, 노관 또한 한고조와 여후의 의심으로 흉노 지역으로 쫓겨나 그곳에서 결국 죽고 말았다. (여담으로 노관과 고조의 우정을 표현하는 사마천의 문장 하나를 읽어볼까? "노관이 항적을 칠 때에는 태위가 되어 고조를 모셨으며 침실까지도 드나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한신과 노관을 평가하는 사마천의 문장을 읽어보자. "한신과 노관은 본래 덕을 쌓고 착한 일로 처세한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으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한나라가 천하를 막 평정했을 떼 만났으므로 땅을 갈라 받고 왕 노릇 하며 고孤라고 일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라 안으로는 지나치게 강해지고 커졌다는 의심을 받았고, 나라 밖으로는 만맥(오랑캐)를 원조자로 믿고 기댔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정과 멀어지고 자신들까지 위태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하자.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감기 조심하고 다음 시간에는 <전담 열전>을 즐겁게 읽어보자.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