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태도.
두 개의 대통령 연설문을 나란히 두고 읽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교 초청 연설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연설이다. 앞의 연설은 2004년 12월 7일에, 뒤의 연설은 2021년 8월 15일에 각각 발표되었고, 두 연설문의 제목은 각각 "EU 통합과 동북아 시대", "새로운 꿈을 꾸었습니다"이다. 2004년 연설의 청중은 소르본느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고, 2021년 연설의 청중은 대한민국 국민과 독립유공자 그리고 유가족이며, 두 연설문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단어는 '선진국'이다.
- 노무현 : "학생 여러분, (…) 저는 EU의 발전 과정을 보면서 프랑스에 대한 존경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프랑스는 전쟁의 고통을 받은 국가이면서도 독일을 포용하는 도덕적 결단으로써 과거를 청산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국민의 도덕적 수준을 높이고, EU를 주도할 수 있는 명분과 자부심을 확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는 스스로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패권적 질서를 거부하고, 이웃 나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면서 통합의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랑스의 화해와 관용을 높이 평가하며 찬사를 보냅니다."
- 문재인 : "광복의 감격과 그날의 희망은 지금도 우리의 미래입니다. (…) 국민 여러분,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었습니다. 꿈을 잃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립과 자유, 인간다운 삶을 향한 꿈이 해방을 가져왔습니다. 지난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만장일치로, 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했습니다.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는 다시 꿈꿉니다.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이 되고 싶은 꿈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꿈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열어 왔습니다."
- 노무현 : "인류의 역사는 그 전환의 시기마다 누구에겐가 소명을 맡겼습니다. 선각자들의 피와 땀으로 역사의 요구에 충실했을 때 인류 사회는 진보를 이뤄냈고, 그렇지 못한 때에는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오늘의 세계도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누가 이 역사의 소명을 받들 것인가요? 이것은 세계 인류를 이끌어 가는 선진국들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 역사는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 문재인 : "품격 있는 선진국이 되는 첫 출발은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입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관용의 사회로 한 발 더 전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서로의 처지와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품격 있는 나라, 존경 받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꿈을 꿀 차례입니다. (…) 자유와 평화를 향한 강한 의지와 공동체를 위한 헌신, 연대와 협력의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신 선열들께 마음을 다해 존경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