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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27. 2022

이본 쉬나드,<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기업가의 글이 아닌 선승의 수행같다. 이윤을 말하는 대신 절제를 말한다. 소비를 말하는 대신 한계를 말한다. 이쯤되면 회사 운영을 접겠다는 소리다. 그래도 이 회사는 잘 나간다. 영업 이익이 얼마나 많았던지, 30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환경 단체와 비영리재단에 통째로 기부했다. 책의 서문에는 이런 문장마저 있다. "종은 진화하고 소멸한다. 제국은 발흥한 뒤에 분열된다. 이런 것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으로 생물들과 귀중한 토착 문화가 완벽하게 파괴되는, '6번째 대멸종'의 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를 설립한 이본 쉬나드의 말이다.    


'선'을 다룬 문장도 책 곳곳에 흩어져있다. 126쪽이다. "한계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살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본분을 알아야 한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본분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할수록 기업은 파멸로 빠르게 다가간다." 260쪽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이윤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선승은 '다른 모든 것을 올바로 행한다면' 이익이 따라온다고 말한다." 389쪽에는 이런 표현도 있다. "나는 절제, 품질, 단순함과 같은 단어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이라면 다 좋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 파타고니아가 어떻게 올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했는지 자못 궁금해지는데, 쉬나드의 방법은 다름 아닌 '품질'과 '단순함' 이었다. "우리 마음속의 최우선은 항상 품질이었다. 적절치 못한 도구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이 우리 제품의 최대 고객이었으므로 죽음에 이르는 그 사람이 우리가 될 수 있었다. 디자인에 있어서 우리의 지침은 프랑스의 비행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사상에 바탕을 두었다. '항공기뿐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사람이 하는 모든 산업 활동, 모든 계산과 추정, 사람들이 초안을 만들고 청사진을 그리는 데 보낸 모든 밤들은 하나의 원리로 수렴된다. '단순성'이라는 궁극의 원칙으로.'" 


탁월한 품질을 구현하기 위한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기업의 인사복지 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141쪽 문장이다. "고품질의 유용한 제품은 회사를 지탱해주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은 최고의 보육시설과 최고의 생산부서, 최고의 일터로 이어졌다." 파타고니아는 1980년대에 이미 사내 보육시설을 운영했다. 유기농 식단으로 꾸민 사내 식당을 일찌감치 운영했다. 일을 하다가도 파도가 좋으면 보드를 들고 서핑을 하러 갔다. 회사의 철학은 규칙이 아닌 지침이었고, 직원 모두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목표에 집중하게 했다.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라는 철학만 공유하면 되었다.


이 책 123쪽과 124쪽에 '우리의 가치관'이라는 제목이 달린 글이 하나 달려 있다. 파타고니아가 1991년 경제 위기를 겪으며 직원 120명을 해고한 후 앞으로의 파타고니아를 고민한 문서인데, 여기에 이 기업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몇 가지 가치가 담겨 있다. "①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②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는다. ③ 이사회와 경영진은 성공적인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한다. ④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⑤ 파타고니아의 모든 임직원은 우리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⑥ 최고 경영진은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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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 쉬나드가 이 책의 서문에 인용한 문구는 중국 명나라의 철학자 왕양명의 다음 문장이다. "알고서 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만 못하다." 이본 쉬나드가 제품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며 사용한 문장은 이렇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줄어든다." 이 두 문장을 종합하면 이렇게 쓸 수 있겠다. '배우고 행하되, 단순하게 행하라. 단순하게 행하지 않을 거라면 아예 배우지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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