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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26. 2022

더불어민주당은 왜 이렇게 되었나.  

오만과 탐욕.

공동의 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면 고민할 게 줄어든다. 그 공동의 적 하나만 붙잡고 있으면 된다. 그 공동의 적을 미워하는 사람들과 모이기만 하면 된다. 끼리끼리 모이면 말도 잘 통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의기가 투합되므로 역할 분담도 쉽게 이루어진다. 일은 착착 진행되고 뭔가 될 것 같아 보인다. 거기에 외부의 지지까지 얻으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하게 된다. 진영은 양쪽으로 나뉘게 되고 선과 악은 선명하게 구분된다. 세계는 단순해 보이고 악의 편만 섬멸하면 모든 게 내 세상이 될 것 같다. 오만함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과 제19대 국회의 야당 의원들이 좋은 예다. 2012년 12월에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자 반대 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뭉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가 침몰했고, 2015년 11월 14일에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2015년 12월 28일에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했고, 2016년 2월 23일에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상정됐다. 이에 반발한 총 38명의 야당 의원들이 국회법 제106조에 따라 '필리버스터'라 불리는 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필리버스터는 9일 동안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27명의 의원, 국민의당 소속 6명의 의원, 정의당 소속 5명의 의원이 참가했고, 합이 192시간 27분 동안 발언을 이어 나갔다. 시민들과 외신들은 지지로 화답했다. 스타 의원도 탄생했다. 첫 주자로 나온 어떤 의원은 1964년 4월 20일에 있었던 김대중 당시 의원의 5시간 19분 무제한 토론 기록을 경신했고, 세 번째 주자로 나온 어떤 의원은 10시간 18분 동안 쉬지 않고 단상을 지켰다. 지지자들로부터 야당이 야당답다는 소리를 들었고, 정당 정치가 정당 정치답다는 소리를 들었다.


2016 4 13 20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의 승리였다.  300 의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123석을 획득했고, 국민의당38석을 그리고 정의당은 6석을 얻었다.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쳤다. 2020 4 15 21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300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비례의석을 포함해  180석을 획득했고, 야당으로 추락한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그쳤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6석과 3석에 머물렀다. 집권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대야소 기반까지 마련했다.


공동의 적을 섬멸한 진영은 멈출 줄 몰랐고 결과는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무너졌다. 2016년의 그 필리버스터에 참가한 38명의 야당 의원 가운데 단 9명의 의원들만 제21대 국회의원으로 남아 있다. 9명 가운데 7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이 7명은 모두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이 7명 가운데 2명은 2022년 10월 26일 기준 '최고위원'으로 일하고 있고, 개딸을 말하는 이 정당은 현재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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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附記


1. 더불어민주당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공동의 적을 물리친다는 투철한 신념만 있었지,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기본적인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지역의 토호로 남아 권세만 누리겠다는 탐욕만 있었던 것이다.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검찰권력에 탄압받는 야당 정치인? 글쎄, 내가 보기에 이들은 그냥 식객이다. 말하는 것만 보면 세객이고, 하고 다니는 것까지 보면 '제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이리저리 눈치 보다가 센 놈한테 딱 달라 붙어 밥만 축내는' 식객 말이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2. 2016 필리버스터에서 10시간 18 동안 발언을 이어갔던  의원은, 2018 6 13 7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되었고 2022 9 12일에는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징역 2년을 선고 받아 현재 법정 구속 상태이다. 그는 수원지방법원의 선고 이후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변호사를 통해 항소를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참고로, 2014 6 4 6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자 이후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2022 10 26 기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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