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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05. 2022

딸에게 읽어주는 <사기 열전> 37.

번역등관 열전 樊酈滕灌 列傳.

드디어 <사기 열전> 반환점이다. 2022 8 29일에 <사기 열전> 전체의 서론에 해당하는 <태사공 자서> 읽었고, 68일이 지난 지금 35번째 편인 <번역등관 열전>까지 다다랐다.  번째 편인 <백이 열전>에서는 은주殷周 교체기백이와 숙제에 대해 다루었고, 34번째 편인 <전담 열전>에서는 진한秦漢 교체기전담과 그의 집안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주周나라는 기원전 1046년에 건국됐고 한漢나라는 기원전 202년에 건국됐으니, 800여년의 역사에서 사마천이 취사선택한 인물들을  34번의 이야기를 통해 훑어본 셈이다.


<번역등관 열전>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진한교체기이며, 주요 인물은 항우, 유방, 번쾌, 역상, 하우영, 관영 등 6명이다. 항우의 주도로 진나라가 멸망했고 유방의 주도로 항우의 초나라가 무너졌는데, 번쾌樊噲와 역상酈商 그리고 하우영夏侯嬰과 관영灌嬰이 바로 한나라의 여러 개국 공신들 가운데 4명이다. 이 4명의 공신들 중에 하우영이라는 사람이 공을 세운 후 '등공'이라는 작위를 받게 되어 이번 편의 제목이 '번역등관' 열전이고, 사마천은 이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름을 알리게 되었는지를 <번역등관 열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들 개국 공신들의 입신양명 과정을 압축해보면 이렇다. 참전한다, 승전한다, 작위를 받는다, 또 참전하여 승전한다, 봉토를 받는다, 또 다시 참전하여 승전한다, 식읍을 받는다, 죽고 나서는 시호를 받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이 과정 중간중간에 패전도 물론 있다. 동료들의 모략도 있고 모함도 물론 있다. 잘 살다 가노라 하며 눈을 감기도 하고,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하며 눈을 감기도 하고, 죽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몸부림치다 눈을 감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이 모든 평가를 거쳐야 이름이 남겨질지 버려질지 가려지게 된다.


4명의 공신들 가운데 번쾌가 한고조 유방에게 했던 말을 한번 들어볼까? "전날 폐하께서 저희와 함께 풍현과 패현에서 군사를 일으켜 천하를 평정하실 때만 해도 얼마나 혈기가 왕성하셨습니까! 이제 천하가 평정되었는데 어찌 이토록 지쳐 보이십니까! 폐하의 병이 깊어져 대신들은 몹시 놀라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을 불러 나랏일을 의논하지 않고 도리어 일개 환관만 상대하고 세상일을 멀리하십니까? 폐하께서는 조고의 일을 알지 못하십니까?" 그 쌩쌩하던 한고조 유방도 늙고 병들고 귀가 얇아져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총 70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사기 열전> 중에 35편까지를 읽으면서 아빠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일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노동이란 무엇인가, 직업이란 무엇인가, 책임이란 무엇인가, 양심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조직이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명예란 무엇인가. 아빠 나이 막 불혹을 넘겼지만, 아빠는 여전히 이 물음들에 선명하고 명확한 답을 네게 제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남은 35편을 다 읽고 나면 그때는 뭐라도 보일까?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첫 번째 편부터 35번째 편까지 총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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