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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06. 2022

'탁월함'과 '균형감'.

고생 끝에 오는 것. 

<사기 열전> 1권을 정리하기 위해 <사기> 전체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태사공 자서>를 다시 읽었다. 힘 있는 문장 하나가 있어 거듭하여 그 부분만 읽고 있는데, 손으로 옮겨 적은 그 문장을 이 곳에도 옮기고 되내어 읽어본다. 이전에도 이 문장을 좋아했었는지 궁금해 초서록을 읽어봤지만, 2달 남짓 된 공책엔 그 기록이 없다.


이 문장이다. "[도가가 말하는] 대도大道의 요체는 강함과 탐욕을 버리고 지혜를 물리치니, 이를 내려놓고 [자연의] 법도에 맡기는 것이다. 무릇 정신을 많이 쓰게 되면 고갈되고, 육체를 너무 수고롭게 하면 피폐해진다. 육체와 정신이 소란스럽고 동요되는데 천지자연과 더불어 영원히 존재하였다는 말은 들어본 바 없다."


이 문장을 거듭하여 읊어보니 2015년에 읽었던 <길가메쉬 서사시>의 한 구절이 떠올라 그 문장을 종이에 옮겨 적고 역시 여러 번 읽어봤다. "너는 쉼 없이 고생하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고생 끝에 네 자신이 완전히 지쳐버리면, 너는 네 몸을 슬픔으로 가득 채우고 너의 긴 인생 항로를 조급히 끝내는 길로 접어든다." 


<사기 열전>에 수록된, 사마천이 선별한 인물은 모두 당대에서 한가락 한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충절이 있었고 어떤 사람은 신의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말을 잘 했고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썼다.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두 주인공 역시 당대를 주름 잡았다. 모두 용맹했다. 우정이 뭔지 알았고 운명이 뭔지 알았다. 


<사기 열전> 1권을 정리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어떤 것에 탁월한 정도로까지 도달하려면 어느만큼 시간을 쏟고 정성을 들여야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버려야할까. 한번 살다 가는 인생인데 뭐라도 해놓고 가야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취해야할까.' 중요한 건 늘 '균형'인데 그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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