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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15. 2022

레베카 솔닛, <이 폐허를 응시하라>.

믿음과 신뢰. 

번역된 제목이 '이 폐허를 응시하라'인 레베카 솔닛의 2009년 작품을 다시 살펴봤다. 원제는 A Paradise Built In Hell'이며, 세월호 참사 후 1달이 채 안 된 2014년 5월 10일에 사서 읽었다. 출판사가 택한 제목인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볼테르의 작품 '리스본 재난에 관한 시'의 한 구절이며, 1755년 대지진을 다룬 그의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라, 모든 게 잘될 거라 주장하는 철학자들이여, 이 세상의 폐허를 응시하라."


레베카 솔닛이 말하는 재난의 특징은 이렇다. "모든 것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재난의 특징은 안정성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이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으로 더 다가오기 마련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얼굴에 두려움이 묻어 났던 사람들과,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직후 말에서 두려움을 보였던 사람들의 얼굴을 한명씩 떠올려본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구와 어떤 얘기를 하고 있을까?


이런 문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재난이 아니라 재난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의 방향을 바꿀 기회를 잡으려는 투쟁이며, 그것은 항상 경쟁하는 여러 이해관계와의 투쟁이다." 2014년 참사는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의미였을까? 2022년 10월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에 또 어떤 의미였을까? 8년의 시차를 둔 참사 이후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일말의 다짐과 실천 가운데 우리의 행동에 여전히 스며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표현도 있었다. "재난은 우리가 선잠에서 깨어나도록 충격을 주지만, 우리를 계속 깨어 있게 만드는 것은 오직 능숙한 노력 뿐이다." 여기에서 솔닛이 말하는 '능숙한 노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참사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마음? 책임자를 가려내는 개인의 판단력과 사회의 건전성? 재난과 일정 거리를 두는 의연함?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꾸준함?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


8흘렀다. 책을 처음 읽었던 그때나 다시 펼쳐본 지금이나 여전히 내게 중요한 단어는 '믿음' ‘신뢰이다.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인간은 그나마 버티고 살아갈  있다.  사회가 상식적으로 돌아가고,  사회가 순리대로 움직인다는 근거가 있어야 인간은 그나마 정을 붙이고 살아갈  있다. 8년의 시간을 통째로 돌이켜본다. 나는  믿음과 신뢰를 어느만큼 가꾸고 쌓아왔을까.







작가의 이전글 이규천,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두 번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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