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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16. 2022

박상현,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반복, 습관, 매일매일. 

2013년 12월에 출간된 박상현 저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를 다시 펼쳐봤다. 한창 일본에 대한 자료를 읽던 2014년 1/4분기에 샀던 것으로, 저자의 담백한 문장과 출판사의 깔끔한 편집에 압도되었던 책이다. 요즘 따라 일본 여행이 가고 싶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진득하게 읽을 심리 상태가 아니기도 해서 옛 흔적을 다시 차분하게 더듬고 있다. 이번에는 작가의 서문과 나의 지난 메모, 책에 수록된 사진을 위주로 새로이 훑어봤다. 


먼저, 이번 일별에서 특별히 눈에 들어온 저자 서문의 문장 몇 개. "지난 10년 동안 틈만 나면 일본을 갔다. 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의 역사와 변화 과정을 갈무리했다. 일본 외식산업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그 특성을 파악했다." (…) "한 권의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고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다음, 이번에도 놓칠 수 없는 일본 전통요리에 대한 작가의 평가. "일본 전통요리는 식재료가 가진 본질을 끌어내 맛으로 승화시키는 데 사활을 건다. 근대 이후에 정착한 음식들 역시 이 원칙에 충실했다. 그래서 장인의 반열에 오른 일본의 요리사들은 한결같이 '마이니치마이니치每日每日'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을 때,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나듯 조금씩 요리의 깊이가 생긴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다시 읽어봐도 좋은 작가의 문장들. "사실 소바는 메밀을 갈고, 반죽하고, 칼로 썰고, 뜨거운 물에 삶는 아주 간단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 "내게 없는 것보다는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면 된다. 스토리는 그 속에서 잉태된다." (…) "일본인은 사람의 인연을 두고 '일기일회'라는 표현을 쓴다. 다도에서 비롯된 이 말은, 어떤 만남이든 일생의 한 번 뿐인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를 다시 살펴보고 나서 얻은 건 이렇다. ① 10년이다. 뭐든 10년을 꾸준히 하면 뭐가 보여도 보인다. 이왕이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에 10년을 거는 게 좋다. ② 반복이다. 매일 같은 일을 지겹도록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시간과 정성이 쌓여 이루어진 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③ 모든 만남은 소중하다. 누구에게든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그런 연습을 평소에 해야 한다. 습관이 곧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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