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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17. 2022

라파엘 라시드,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불편하고 불행한 나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 Raphael Rashid의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을 읽었다. 2022년 11월 1일에 있었던 '한덕수 국무총리 이태원 사고 외신기자 브리핑' 때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던 그의 트윗을 눈여겨 보던 차였다. 책은 2022년 7월에 발간됐고 본문 페이지는 161쪽이며,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엘르 코리아>에 연재한 '라파엘의 한국살이'를 바탕으로 개고 및 재구성한 글"이라고 일러두기에 적혀 있다. 그는 런던대학교에서 한국·일본학을 전공했고,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그의 직업이 저널리스트인 만큼, 그가 판단하는 한국 언론의 현실에 눈이 먼저 갔다. "한국의 언론은 진실을 존중하지 않고,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는데다 사실무근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으며, 보도 대상의 사생활을 수시로 침해한다. 또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리지 않으며 아무런 사유도 제공하지 않고 수정과 삭제를 반복한다. 게다가 그들은 앞장서서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차별을 부추긴다. 이는 그들이 속한 한국기자협회의 윤리 강령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들이다." 정확한 진단이라 할 말이 없다.


그가 겪었던 한국 지식사회의 단면 또한 남 일 같지 않았다. "전 유엔 대사를 지낸 한 교수의 수업에서 나는 남북한 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다. 남북 간 협력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나열하고,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북 관련 노력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른 이들의 발표에는 별 말이 없던 교수가 갑자기 흥분한 모습으로 나의 발표를 끊었다.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아세요?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여기서 그만하세요. 더 이상 들을 게 없어요.' 그렇게 해서 나는 발표를 마치지도 못하고 멈춰야 했다." 아, 참담하다. 


그는 책 말미에 대한민국을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완벽한 나라는 아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은 세련되고 화려하며 역동적인 곳이다. 눈부신 경제 발전과 예술 번영의 시기에 들어섰으며, 전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급작스러운 경제, 기술, 사회의 변화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만 봐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잖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 그렇다." 제대로 콕 짚었다.


라파엘 라시드의 진단에 새로운  없다. 대한민국의 주류 사회가    없으며 하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다. 서열을 중시하고, 시선을 의식하며, 사람을 홀대하는 문화가 하루 이틀 

게 아니다. 이 문화가 어이 없고 황당하여 갈수록 맥이 빠진다는 한탄도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주류 사회는 오늘도 여전히 사다리를 걷어차며 자신들의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주류 사회로 진입하고자 애쓰는 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며 몸소 제 몸을 갈아넣고 있다.


이런 걸 일컬어 인간은 '비극'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

라파엘 라시드 기자가 아무쪼록 몸 건강하게 한국 생활을 했으면 한다.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해서 아무도 욕할 사람 없으니 소신껏 필봉을 휘두르고, 다음에는 좀 더 단단한 책으로 돌아와 독자들과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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