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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Dec 29. 2021

양자오, <전국책을 읽다>.

전국시대, 정치의 시대이자 언어의 시대. 

중국 전국시대는 특이한 시대다. 중국 역사에 난세는 많았지만 이 시대만큼 길고 혼란스러웠던 시대는 없었다. 기원전 403년부터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221년까지,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군주는 전쟁을 생각했다. 그래서 훗날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전국시대(戰國時代, Warring States Period)라 칭했다.


특이한 건 또 있다. 전쟁의 시대였지만 기회의 시대였고, 잔인한 시대였지만 공평한 시대였다. 군주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참모들의 조언을 귀 담아 들었고, 말만 잘하면 신분에 관계없이 나랏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전국시대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시대는 정치의 시대이자 언어의 시대였다. 정치로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시대였고, 그래서 언어와 문자가 발달한 시대였다.《전국책》은 이 전국시대의 소산이다.


이제 이 책의 목차를 보자. 저자는 먼저《전국책》의 성격을 말해준다. ‘책사들의 기록’이자, ‘특수한 시대의 특수한 꿈’이 담긴 책이다. 그러면 과연 책사들은 어떤 꿈을 꿨을까? 다시 목차를 보자. 그들은 ‘세 치 혀로 출세’를 하고 싶었다. 군주에게 ‘어떻게 유세해야 효과적일까’고민했고, ‘어리석은 군주는 이익으로 유혹’하는 담대함도 보였다. 이 외 책 속에 소개된 많은 사례로, 우리는 말 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어떤 말이 힘이 있는 말인 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양자오 선생이 쓴 작고 얇은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또 다른 것도 얻을 수 있다. 바로 ‘고전’을 대하는 태도다. 고전은 "그것이 현재와 다른 시공간에서 탄생했음에도, 인간의 보편적 경험과 감상을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같은 인간이라는 입장에서 고전 속의 경험과 감상을 확인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비교할 수" 있다. "다른 경험과 감상을 통해서 우리 삶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고전을 겸손하게 대한다면 고전은 우리를 풍성하게 해준다.


설득력 있는 말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힘 있는 말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고전에서 그 답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 《전국책을 읽다》를 권한다.  


작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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