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율의 독서 Nov 19. 2022

이영서 · 전미화, <책 씻는 날>.

몽담 김득신, 어린이 문학. 

1.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부터 기록한다. 초등학교 4학년, 초등학교 3학년, 유치원생 자녀를 둔 누나가 내게 사진 하나를 보내다. 밑에 이런 설명을 덧붙이다. "네가 이런 마음이 아니겠나. 책 제목은 <책과 노니는 집>."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2. 작가의 문장이 담백해 동네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를 검색하다. 2권 모두 대출 중이라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하다. <책과 노니는 집>을 포함해 총 7권이 있었고, <책 씻는 날>은 2011년과 2015년에 각각 출간된 판본이 도서관에 있다는 걸 확인하다. 집에 가는 길에 2015년에 발간된 <책 씻는 날>을 빌리다. 저녁을 먹고 운동을 다녀온 후 해당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초서록에 옮겨 적다. "책씻이"란 '책거리', '책례'와 같은 뜻으로, 한 권의 책을 때고 나면 책을 깨끗하게 씻어 동생이나 후배에게 물려주는 전통이라는 것을 확인하다. 


3. 주인공 '몽담'은 조선시대 시인 김득신(1604 ~ 1684)의 아명으로, 김득신이 태어나던 무렵 김득신의 아버지 김치金緻가 꿈에 노자를 봤다고 하여 아들에게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다. 해당 문장은 이러했다. "몽담아, 주나라의 '노자'는 공자뿐 아니라 여러 성현들이 가르침을 얻을 만큼 학덕이 높으셨단다. 몽담이 네가 태어날 적에 아비는 꿈에 노자를 만났다. 아주 신통한 꿈이었지. 노자의 다른 이름은 담이란다. '노담'이라 하지. 너는 아비가 꿈에 노담을 만나고서 얻은 아이야." 몽담을 한자로 적어보다. 夢聃.


4. 배강 중이던 몽담의 책을 살펴보는 훈장의 말이 여운에 오래 남다. 해당 문장은 이러했다. "책씻이란 다 배운 책을 깨끗하게 손질하여 아랫사람에게 물려주는 게야. 그런데…. 이 책은 몽담이 말고는 아무에게도 소용이 없겠어. 내가 오늘까지 살면서 이토록 낡고 더러운 책은 본 적이 없어. 책을 묶은 실은 너덜너덜 해어졌고 귀퉁이는 걸레처럼 닳았구나. (…) 배움은 그 시작도 마침도 모두 부지런함이다. 몽담이는 그것을 잘 아는구나. 난 몽담이에게 더 당부할 것이 없다." 스승은 몽담에게 '없을 무無' 자를 단자수신單字修身으로 내리다.


5. 책을 다 읽고 몽담 아버지의 말과 몽담 스승의 말을 생각하다. '나는 내 딸에게 제 이름의 뜻을 어떻게 설명할까. '붓 율聿' 자가 들어간 이름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하여줄까. 배움이란 무엇일까. 배움은 그 시작도 마침도 모두 부지런함이라는데 나는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 생각을 멈추고 다시 <책과 노니는 집>을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하다. '제9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확인하다. '어린이문학'이라는 게 별 게 아닌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다. 공모전과 수상작 또한 대단한 것이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하다.


      


작가의 이전글 우종영,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