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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Dec 31. 2021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2021년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오랜만에 들춰봤다. 책 날개 뒤 하얀 면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2014년 1월 1일 워싱턴 D.C.에서 한국으로 가는 United Airline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자유롭고도 비장한 마음으로. 오늘 다시 이 책을 꺼내 훑어본다. 2014. 04. 10 상도동에서"


밑줄 쳐놓은 문장들을 다시 읽어봤다.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맞는 말같다. 습관과 감정을 제어할 수는 없다. "두목이 세게 나오면 인부들도 두목을 존경하고 일도 잘합니다. 두목이 물렁하게 나오면 인부들은 일을 몽땅 두목에게 밀어 버리고 나 몰라라 한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여러 말들이 떠오른다. 이 말의 배경을 다시 생각해볼 날이 있을 것이다.


 "낡은 세계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정확한 말이다. 내가 겪은 낡은 세계의 단면을 그러모으고 있다. "두목, 언젠가 내가 사람에게는 저 나름의 천당이 있다고 한 적이 있지요."  이걸 깨달아야한다. "두목, 당신은 당신의 수도원을 세우고 싶어 해요." 당황했을 카잔차키스가 애처롭다.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그것도 앞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역시 조르바.


 책을 번역한  이윤기 작가가 적어둔 말은 여전히 멋있다. '옮긴이의 ' 제목도 '20세기의 오디세우스'이다. "생전에 그가 마련해 놓은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에 찾아가 그의 묘비에    올리고 싶다. 나는 나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담백하고 단촐해야한다. 홀가분해야한다.


이번에 오래 생각한 문장은 417쪽에 있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2021년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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