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 아시아를 잇는다.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이후 오랜만에 이시바시 다케후미 책을 읽었다. 번역이 좋았겠지만, 이번에도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문장은 담백했다. 사실에 충실했고, 묘사는 선명했다. 동아시아 곳곳의 책방을 둘러보고 쓴 책이라, 읽는 동안 세계가 곁에 있는 느낌이었다. 일본, 한국, 중국, 홍콩, 대만의 책방지기들이 동네 사람같았다. 이 책의 원 제목은 本屋がアジアをつなぐ 인데, 사전을 찾아보니 '책방이 아시아를 잇는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시바타 신을 인터뷰 한 책에서도 느꼈었지만,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팩트체크'에 사활을 건 사람같다. 144쪽의 문장 "녹두서점이 영업을 한 것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불과 4년 동안이다.", 152쪽의 문장 "1997년 4월 15일, 서울에서 운영 중이던 '그날이 오면' , '풀무질' , '장백서원'등 세 곳의 서점 주인이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는 동요 없이 차분하고 침착하게 읽힌다. 그는 기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시바시 다케후미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 37쪽에 이렇게 설명했다. "빠른 속도, 알기 쉬운 것만 추구하는 매체와 달리, 저자와 독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긴 시간을 공유하면서 사물이나 사상을 이해해 가는 것이 책이라는 미디어의 특징이다." 그럼 그에게 책방은 어떤 의미일까? 오키나와에서 헌책방 '울랄라'를 운영하는 우다 도모코와 인터뷰를 하며 그는 이렇게 묘사했다. "'말'의 연결로 만들어지는 '책', 그 책을 다루는 '책방'"(p.118).
책은 말을 이은 것이고, 책방은 책을 이은 것이니, 책방은 곧 말을 이은 장소라는 게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생각이다. 그래서 "서점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장소다. 책을 매개로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를 뒷받침한다."(p.237) 말하고, "책방은 그 나라와 지역의 자유를 상징한다. 인간이 자유를 추구하는 마음을 가지는 한, 그 역할을 담당하는 자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p.179) 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쿄 진보초에서 '책거리'라는 이름의 북카페를 운영하는 한국인 김승복 대표의 말을 마지막으로 옮겨 적어본다. "이렇게 한 분 한 분 응대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죠. 대단히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평범한 매일이 이어지고, 이게 책방다운 모습이지, 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 "하나의 책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적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계속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