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와 오므라이스.
김훈 작가의 2022년 작품 하얼빈에 이어 故 안중근 의사를 다룬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남찬숙 작가가 쓰고 곽성화 작가가 그린, 비룡소 출판사에서 '새싹 인물전' 기획의 하나로 2009년에 출간한 <안중근>이다. 책 앞표지 뒤에 적혀 있는 일러두기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영국 Franklin Watts 출판사의 'Famous People Famous Lives' 시리즈를 기반으로 국내 창작물을 덧붙인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위인 동화"이다.
안중근을 움직인 첫 번째 사건은 프랑스 출신 천주교 신부와의 대화였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학문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을 세우고 싶습니다. 천주교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라는 안중근의 부탁에, 조선 대목구장 뮈텔 신부는 이렇게 답했다. "대학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사람은 많이 배우면 거만해져서 신을 믿으려 하지 않아요." 사냥을 좋아하던 안중근은 이 대화 이후 공부에 매진했다.
안중근을 움직인 두 번째 사건은 나라 안팎에서 발생한 여러 어지러운 일들이었다. 1894년에 청일전쟁이 일어났고 1904년에 러일전쟁이 일어났다. 두 전쟁에서 모두 일본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1905년에는 을사늑약이 체결됐고 이후 조선 땅에 통감부가 설치됐다. 헤이그 밀사 사건 이후 고종 황제가 강제로 퇴위되었고 나라의 군대가 해산되었다. 1907년의 일이다. 경술년인 1910년, 대한제국의 통치권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안중근을 움직인 세 번째 사건은 이 모든 어지러운 일들에 개입되어 있는 이토 히로부미, 바로 그의 존재 그 자체였다. "나는 죽어도 괜찮네. 이토 히로부미가 누군가? 을사조약을 강제로 맺고, 고종 황제를 억지로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렸으며, 우리나라를 송두리째 집어삼키려 흉계를 꾸민 자가 아닌가? 나라의 원수를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하겠네."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행 열차를 탔고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사살했다.
안중근은 1909년 10월 19일에 하얼빈행 열차를 탔다. 10월 22일에 하얼빈에 도착했고 10월 26일에 이토를 저격했다. 1910년 2월 14일에 사형 선고를 받았고 3월 26일에 교수형을 당했다. 2023년 3월 1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은 제104주년 3·1절 기념사를 설렁설렁 낭독했고 보름 뒤 일본 도쿄에 있는 원조 돈가스 가게에서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먹었다. 2023년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11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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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읽을 책
- 안중근, <안중근 옥중 자서전 : 안응칠 역사, 동양평화론, 기서>.
- 야스카와 주노스케,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
- 오구마 에이지, <일본이라는 나라>.
- 가리야 데쓰, <일본인과 천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