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서 열전 伍子胥 列傳.
딸아, 오늘 읽을 《사기 열전》의 6번째 편인 〈오자서 열전〉에는 사람 이름이 꽤 많이 나온다. 나라 이름도 여럿 나와 헷갈리기 쉽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자서' 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가져보자. 우리가 이 책을 읽는 게 무슨 시험을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삼아 하는 것이니, 몰려드는 낯선 이들의 이름 앞에 기죽지 말고 단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태도'를 기른다고 생각하면서 읽자. 아빠가 《사기 열전》을 읽고나면 등장인물의 생몰연대와 그들의 배경을 정리하고는 있지만, 그것 역시 재미로 하는 것 뿐이다.
그럼 〈오자서 열전〉을 한번 읽어볼까? 오자서伍子胥는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이다. 춘추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403년까지의 시기를 말하고, 오자서는 여러 나라를 배회하다가 오吳나라에서 자신의 뜻을 펼친 후 기원전 484년에 절명했다. 오자서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 오사가 아들 오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읽어볼까? (오운은 오자서의 본명이다.) "오운은 사람됨이 고집스럽고 굴욕을 견딜 수 있어 큰일을 해낼 것입니다." 이 문장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태도는, "굴욕을 견딜 수" 있다는 오자서의 마음가짐이다.
오자서는 초나라의 간신 '비무기'의 농간으로 자신의 아버지 '오사'와 자신의 형 '오상'이 평왕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참사를 겪게 된다. 오자서는 "초야에 묻혀 밭을" 갈며 때를 기다렸다. 실력을 키운 오자서는 오나라 왕 '합려'의 눈에 띄어 외무 대신이 되었고, 초나라와의 전투에서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을" 했다. 오자서와 친하게 지낸 '신포서'가 그 일이 지나쳤다고 말하자 오자서는 그에게 사과를 하며 이렇게 답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소." 참으로 쓰라린 복수이다.
오자서는 또 한번 시련을 겪게 된다. 이번에는 오나라의 간신 '백비'의 간계 때문이었다. 백비가 오나라 왕 '부차'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자. "오자서는 사람됨이 굳건하고 정이 없고 시기심이 강하므로 깊은 화근이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충신과 간신을 구분하지 못했던 부차는 기어코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했고, 죽음을 받아 들인 오자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무덤 위에 가래나무를 심어 왕의 관을 짤 목재로 쓰도록 하라. 아울러 내 눈을 빼내 오나라 동문에 매달아 월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라."
자, 이제 〈오자서 열전〉을 정리해보자. 오자서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고 변명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비참하게 죽었다. 오자서의 유언을 들은 오나라 왕은 "오자서의 시체를 가져다가 말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강 속에 내던져 버렸다." 오자서의 신중한 태도를 시기했던 간신과, 그 간신이 간신인 줄 몰랐던 왕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오자서를 가엾게 여긴 오나라 사람들은 강 언덕에 서산胥山이라는 사당을 세워 그를 추모했고, 오늘날에도 중국인들은 오자서 사당을 찾아가 기도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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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한비 열전〉에 나왔던 이사李斯를 잠시 떠올려볼까? 그는 한비의 능력를 시기했고, 왕은 그 말을 사실이라 믿었다. 〈손자 오기 열전〉에 나왔던 방연龐涓 역시 손빈을 시기해 그의 다리를 잘리게 했다. 이렇듯 누구를 미워하고 헐뜯는 말은 누구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말보다 훨씬 간단하기 마련이다.
다음 시간에는 〈중니 제자 열전〉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