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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04. 2023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2)

출발 하루 전 : 2023.06.16.

여행은 준비할 때가 제일 좋다고 하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캐리어에 옷을 챙겨 넣을 때, 여권을 챙길 때, 여행책을 살펴볼 때, 처음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건넬 말을 연습할 때, 출국 전 공항 터미널의 분위기를 생각할 때,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마시는 맛있는 커피를 생각할 때, 입국장에 도착한 후 짐을 찾고 나서 공항 출구를 빠져나와 그 나라에 첫 발을 디디는 상상을 할 때, 현지 음식을 입에 탁 넣었을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을 상상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갈 상상을 할 때 등 생각만 해도 좋아지는 그런 준비 말이지요.  


출국 하루 전인 2023년 6월 16일은 마침 쉬는 날이었습니다. 연차를 쓴 건 아니고 맞춤 맞게 비번인 날이었습니다. 09시에 딸아이를 유치원 통학 버스에 태워 보내고 남성 전용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전날 밤에 챙겨 두었던 여행용 가방을 한번 더 확인하고 여권과 국제면허증을 백팩 속에 넣었습니다. 여행 일정을 한번 더 확인하고 간단한 인사말을 중얼중얼 반복했습니다. 여행용 가방은 집에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로 골랐습니다. 짐은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현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채워 넣자는 아내와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미팅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13시 일정이었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꼭 마무리를 해야 했었던 중요한 미팅이었고, 약 1시간 가량의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차를 돌린 다음 집 근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오키나와에 도착하기 전에 끝내야 할 에세이가 한 편 있었습니다. 우다 도모코 씨의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감상문을 마무리하여 출력까지 할 생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의 저자를 만나 그의 저작에 친필 사인을 받고, 제가 쓴 짧은 리뷰를 그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게 이번 여행의 중요한 일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리뷰 작성을 끝내고 나니 17시쯤 되었습니다. 카페에는 동네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카페 창밖에는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 몇 명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끄기 전에 리뷰를 한번 더 검토했고 이제 됐다고 생각해 짐을 싸고 집으로 갔습니다. 힘을 쫙 빼고 리뷰를 썼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책을 알고 난 후에는 어떤 시간들을 보냈고, 이 책을 다시 손에 쥐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들도 차곡차곡 옮겨 담았습니다.


짐을 챙겨 집에 돌아오니 처가 어른 두 분과 처제, 조카가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매일 늦게 들어오는 아빠가 일찍 왔던 게 신기했던지 딸아이는 연신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두 어른께서 가지고 오신 블루베리 잼을 식빵에 발라 먹고 붉게 익은 천도복숭아도 먹었습니다. 묵은지 찜닭과 간장 찜닭을 저녁으로 먹고 나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동서를 20시께 맞이 했습니다. 드디어 완전체가 꾸려졌습니다. 얼마간 이야기를 나눈 후 내일을 위해 형광등을 껐습니다. 시계를 보니 23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쉬 들지 않았습니다.



우다 도모코,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2023.06.16.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1).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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