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율의 독서 Jun 16. 2023

우다 도모코,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새로운 지역으로 통하는 문". 

우다 도모코의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를 읽었다. 2021년 3월에 잠깐 읽고 덮어두었다가 2년 만에 다시 꺼내어 읽었다. 이 책을 다시 읽을 날이 올까, 했었지만 또 어떻게 연이 닿아 이렇게 리뷰까지 쓰고 있다. 세상일 참 모를 일이다. 식구들과 괌 여행을 준비했다가 태풍이 들이닥쳐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오키나와인데, 오키나와 여행을 착수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쯤 되면 이 책과 인연이라고 해야되나? 아니면 운명?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르니 섣불리 넘겨 짚지는 말자. 


먼저 저자의 문장 가운데 인상에 남은 구절을 몇 개 옮긴다. 152쪽에 이런 문장이 있다. "도쿄에는 수천 개의 출판사가 있지만 도쿄의 향토책만 꾸준히 출간하는 출판사는 거의 없다. 근처 지명의 유래나 역사 조사에 필요한 책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에도 거의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아쉬웠다. 현지에서 책을 만들고 현지에서 파는 일을 그때부터 동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하지만 요리와 음악에는 무엇보다 친근감을 느끼는 오키나와에서 오키나와 책을 팔아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무작정 오키나와로 온 이유다." 


242쪽부터 243쪽까지 이어지는 에필로그의 문장은 이렇다. "오키나와에 온 지 4년, 가게를 시작한 지 1년 반, 책을 내기엔 너무 이르단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내주는 곳이 있을 때 내야 한다'는 설득을 듣고 결심했습니다. 모든 것은 가까이에서 또 멀리에서 언제나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왜 가게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언제까지 가게를 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과 사람들에 둘러싸인 이 생활을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내일도 문을 열 것입니다." 


우다 도모코는 1980년에 태어나 2002년에 준쿠도 서점이라는 곳에 입사했다. 2009년 4월에 오키나와의 나하 지역에 이 서점의 나하점이 생기에 된 계기로 우연히 오키나와에 오게 됐고, 또 어떻게 연이 되어 다니던 서점을 그만 두고 나하 국제거리의 한 모퉁이에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를 열게 되었다. 오키나와의 옛 지명인 류큐琉球에서,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서점은 새로운 지역으로 통하는 문이 될 수 있다. 아시아와 일본 무역의 중계지였던 류큐 왕국, 그런 류큐 왕국을 닮은 서점을 만들고 싶다."


이 책을 처음 읽은 2021년 3월부터 2년이 지난 2023년 6월까지를 생각해본다. 건강은 좋지 않고 그날이 그날같아 직장 상사에게 전근을 요청했었다. 전국에 중고서점을 운영하던 온라인 서점이었고 내가 요청한 지역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구광역시였다. 생각대로 잘 풀린다 싶었는데 막판에 일이 엎어져 결국 그곳에서 나오게 됐고, 얼마간의 휴지기를 거친 이후 지금은 또 다른 유통업체에서 일하며 틈틈이 책을 읽고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내게 물었다. "10년 뒤 모습은 어떨거 같으세요?" 


 

이시바시 다케후미,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2022.01.04.

가사이 루미코 등, <책이라는 선물>. 2022.01.08.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2022.01.19. 

작가의 이전글 어제 도착한 책 2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