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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Aug 09. 2023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36.

전담 열전 田儋 列傳.

〈전담 열전〉의 시대는 진말한초秦末漢初이다. 대륙을 평정한 진나라가 쇠하자 그동안 억눌려있던 제후들이 들고 일어났고 초나라 항우가 패권을 차지하는가 싶었더니 한나라 유방이 최종적으로 권력을 잡게 된다. 이 시대의 이야기가 그동안 우리가 읽어왔던 〈장이 진여 열전〉, 〈위표 팽월 열전〉, 〈경포 열전〉, 〈회음후 열전〉, 〈한신 노관 열전〉에 등장 인물을 달리하여 쭉 설명되어 있었고 오늘 읽을 〈전담 열전〉까지 그 배경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의 시대는 기원전 202년에 시작되었고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에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전담 열전〉의 주요 인물은 전담, 전영, 전횡 등 전씨 집안 사람들이다. 모두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시간을 이어가며 제나라의 왕으로 군림하고 또 몰락했다. 그럼 사마천의 첫 문장을 함께 읽어보자. "전담은 적현 사람으로 옛날 제나라 왕 전씨의 후예이다. 전담의 사촌 동생 전영과 전영의 동생 전횡은 모두 호걸이고, 집안이 강성하여 인심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세 사람 말고도 〈전담 열전〉에는 전씨 집안 사람들의 이름이 계속 나오는데 차례대로 전건, 전가, 전각, 전간, 전불, 전도, 전안, 전광, 전해, 전기 등이다. 


〈전담 열전〉의 주요 사건은 진한 교체기에서 벌어졌던 흔하고 흔한 여러 전쟁들이다. 진섭은 진나라의 폭정에 못 이겨 들고 일어났고, 전영은 제나라의 왕이 되었고, 항우는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제후들을 왕으로 세웠고, 전영이 사망하자 전횡이 항우와 맞섰고, 유방이 차례차례 제후들을 눌러 앉히고, 전횡은 결국 자결을 하고 등등의 이야기가 쭉 이어진다. 〈전담 열전〉이 다른 이야기와 특별한 게 있다면 전씨 집안 사람들 간의 끊임없는 반목과 싸움이 묘사되었다는 점인데 이걸 읽고 있으면 사람 사는 건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담 열전〉에 묘사된 전씨 집안 사람들의 반목을 잠깐 읽어보자. "제나라 사람들은 왕 전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옛날 제나라 왕이던 전건의 동생 전가를 제나라 왕으로 세우고, 전각을 제상으로, 전간을 장군으로 세워 제후들의 침입에 맞서도록 하였다. 한편 전영은 제나라 사람들이 전가를 왕으로 세운 것에 화가 나서 병사들을 이끌고 제나라로 돌아가 제나라 왕 전가를 쳐서 몰아냈다. 전영은 전담의 아들 전불을 제나라 왕으로 세우고 자신은 재상이 되었으며, 전횡은 장군이 되어 제나라 땅을 평정하였다." 참 어지러운 집안이다.


〈전담 열전〉에서 사마천이 말하고 싶었던 건 '전횡의 절개와 전횡을 따르는 여러 빈객들의 지조'였는데, 아빠는 사마천의 이 평가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권력과 탐욕 앞에서는 가족도 친척도 없고 내 편도 네 편도 없다'는 추잡한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나,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어떤 소설의 한 대목이 있는데 가난 못지 않게 탐욕과 권력 또한 한 집안을 불행으로 이끌고 가는 요소라는 걸 너도 언젠가는 인식하게 될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번역등관 열전〉을 읽자. 이 편까지 읽으면 《사기 열전》의 반환점을 비로소 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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