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꼭 쓰는 건 개인주의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안 쓸 자유를 외치는 건 이기주의다. 백신을 맞고 주변에 백신 맞았냐고 물어보는 건 개인주의다. 백신을 안 맞고 주변에 백신을 왜 맞냐고 짜증을 내는 건 이기주의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지원과 보상을 하는 건 개인주의다. 지원과 보상이 나라 살림 거덜내는 행위라고 말하는 건 이기주의다. 방역 현장의 실상을 보고나서 공공의료를 늘리는 건 개인주의다. 방역 현장의 실태를 보고서도 사설보험을 넓히는 건 이기주의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가정은 대개 이렇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한다.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들어가라고 한다. 좋은 직장 들어가서 좋은 배우자랑 결혼하라고 한다. 결혼시키고 나서 신혼집에 그릇까지 다 맞춰준다. 틈만 나면 불러모은다. 못 간다고 하면 서운해한다.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특정 종교를 강요하기도 한다. 특정 종교는 사악한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세상은 전선이자 전장이며 인생은 전쟁이라 가르치니, 가정은 곧 신병교육대이자 군사훈련소인 셈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직장은 대개 이렇다. 가족같아서 하는 말인데, 라며 온갖 간섭을 한다. 직장 생활은 말이야, 라며 온갖 갑질을 한다. 인생은 말이야, 라며 온갖 훈수를 둔다. 그래놓고 상급자가 부르면 예, 하고 달려가서 머리를 냉큼 조아린다. 일은 가르쳐주지 않고 알아서 배우라는 허튼 소리만 한다. 개인 용무에 하급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아들 퇴원한다고 회사 차를 쓰고 집안 제삿상 차린다고 회사 카드를 쓴다. 개인 재산 증식하는데 회사 정보를 쓰기도 한다. 개발 부지에 미리 나무를 심고 땅을 사들여 놓는다.
이기주의가 창궐한 국가는 대개 이렇다. 다른 나라 사람들 초대해놓고 자기들끼리 메달을 나눠가진다. 심판의 판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 잘 살고 있는 나라에 괜한 트집을 잡아 으름장을 놓고 침공을 한다. 그래놓고 꼭 명분을 건다.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세상은 전쟁터인 것이다. 개인은 집단과 국가의 목적을 위해 동원되는 부품이자 수단에 지나지 않고, 그렇기에 개인의 이름과 개성 따위는 불필요한 것이다.
개인주의는 함께 살아가자는 생각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서로가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이다. 관계를 제대로 맺자는 약속이다. "진정한 관계 맺기란 타인에게 내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 것을 넘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한다. 나를 알고 너를 알아야지만 보다 깊이 있는 개인 대 개인의 관계가 시작된다." "개인주의는 결국 한 사회와 개인의 성숙도 문제"이다. 성숙하면 개인주의고 미성숙하면 이기주의다. "사는 장소가 아니라, 사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개인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