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원칙.
딸아이는 말이 늦었다. 때가 되면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었다. 말문이 열리지 않아 또래들과 싸우는 게 아닌지 우려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한 친척은 '말이 빠른 아이는 온갖 말을 다한다'고 했다. 아내는 일년마다 하는 영유아검진을 힘들어했다.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 '언어발달'을 키워드로 몇몇 책을 훑어봤고, 그 중에서 <말이 늦은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를 샀다. 딸아이가 만32개월이 되던 2020년 12월이었다.
우선 책에서 제시한 딸아이의 의사소통 단계를 점검했다. 네 단계 가운데 네 번째 단계인 '서툰 문장 단계'였다. 서툰 문장 단계는 "단어를 연결해서 두세 단어 문장을" 만드는 시기라 했고, 그때 딸아이는 "엄마, 아빠, 안녕", "엄마, 코" 정도의 말을 표현했다. 단계는 낮지 않았지만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했고, "아이는 자신에게 중요한 어른과의 상호작용이 즐거울 때 의사소통이 자연스럽게 발달"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언어발달에 중요한 건 'OWL 원칙' 이라는 거였다. 'O' 는 지켜보기를 뜻하는 'Observe' 였고, 'W' 는 기다리기를 말하는 'Wait', 마지막 'L' 은 들어주기의 'Listen' 이었다. 대화의 걸림돌이 되는 몇 가지 질문도 배울 수 있었다. "아이에게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는 질문, 아이가 아는 것을 테스트하는 질문, 아이가 대답하기엔 너무 어려운 질문, 아이의 관심사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 너무 뻔해서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 등이었다.
딸아이의 말문은 한 달여 가족 여행 이후 트였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걸 보고 듣고 만지며 즐거워했다. 비오는 날 꽃에 물을 주며 놀았고, 해가 쨍한 날 나비를 잡으러 뛰어다녔다. 아침 일찍 찾아간 하도리 해수욕장에서 모래성을 쌓았고, 배타고 놀러간 우도해변에서 살이 타는 줄도 모르고 물장구를 쳤다. 가족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딸아이는 여러 단어를 조합해 어법에 맞는 문장을 때에 맞게 말하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아이의 언어발달에 중요한 요소란, 즐거운 상호작용과 'OWL 원칙' 그리고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이에 못지 않게 필수적인 조건은 '어른들의 좋은 환경'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의 몸이 건강해야하고, 어른들의 정신이 건강해야한다. 어른들의 말에서 몰상식이 난무하고, 어른들의 일터에서 비도덕이 횡행한다면 아이나 어른이나 때에 맞는 언어발달은 요원하지 않을까.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좋은 언행이 드러나는게 아닐까, 하고 자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