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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Feb 11. 2022

강준만, <좀비 정치>.

승자 독식과 증오 정치. 

강준만 교수가 이른바 '친문' 진영에 뭇매를 맞고 있는 건, 그가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를 줄곧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에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서문에서 강준만은 이렇게 썼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의 독재정권들과는 다른 민주 정권이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운다.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자들은 그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물론 지지자들로선 '정의로운 응징'이겠지만 말이다."


2020년 12월에 출간한 <싸가지 없는 정치> 서문은 조금 더 나아간다. "싸가지 없는 발언을 자주 하는 문 정권의 대표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해보시라. 그들은 야당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청산해야 할 적폐로 간주하는 것 같다. 국회라고 하는 공간인지라 어쩔 수 없이 야당을 존중하는 척하는 연기를 하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는 속내가 그들의 표정과 어투에 잘 드러나지 않는가. 나 역시 야당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그들의 반감을 심정적으론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그들이 반감을 드러내는 상대편은 정치인인 동시에 국민의 절반 또는 절반 가까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2021년 4월에 출간한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도, 2021년 6월과 9월에 각각 펴낸 'THE 인물과 사상' 1권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과 'THE 인물과 사상' 2권 <발칙한 이준석>에서도 강준만 교수의 논지는 이어진다.  2권 서문에서, 그는 정관용 교수의 주장을 인용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서로 '소통'하기는커녕 상대방을 '소탕'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억지로 소통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갈등을 해소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묘안도 없습니다." 그러니 강준만 교수 일련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른바 '친문'은 "독선과 오만"에 빠져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다는 것인데, '친문'은 바로 이 말이 싫은 것이다. 


2022년 1월에 출간한 <좀비 정치>에서, 강준만 교수는 이 "독선과 오만"의 기원을 천정환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설명했다. "소위 '친노', '노빠'들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과 '이명박근혜'에 대한 분노 · 증오의 감정을 노무현에 대한 우상화를 통해 역逆승화하려 하거나 현실 정치에서의 힘으로 사용하려 했다"며 "'문재인 지키기'는 노무현에 대한 애도의 정치의 완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제 '문빠'로 다시 태어난 그들은 노무현이 우파와 그 언론은 물론 '좌파'로부터도 협공을 당하여 실패하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문재인에 대한 그 어떤 내부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른바 '친문'이 강준만 교수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독선과 오만에서 벗어나 대화와 소통을 하자는 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명제가 아닌가? 'THE 인물과 사상' 1권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서문에서 강준만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이제 나에게 책임윤리 못지않게 중요해진 건 소통,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 선의의 경쟁 등과 같은 개념들이다. 나라를 망가뜨리는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혹 이 책이 그 어떤 강한 지향성이나 편향성을 갖고 있다면, 그건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 투철하다는 점일게다." 


강준만 교수는 2016년 2월에 출간한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한국은 '정당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지도자 민주주의' 국가라는 걸 의미한다." 이 책이 나올 때는, 여의도에서 친박, 비박, 원박, 종박, 탈박, 진박 등 온갖 박타령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강교수는 당시 박근혜 정부와 당시 새누리당을 보고 '지도자 민주주의'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강교수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운동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운동권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도 여전히 민주화 이전에 가졌던 생각과 체질로 정치를 한다. 민중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보수 정치 세력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이 2016년 주장에서 알 수 있듯, 강준만 교수의 논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친문'만 비판하거나 '운동권'만 비판한 게 아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말한대로, "강준만도 돌아선 게" 아니라는 거다. 대한민국 정치는, 승자 독식의 구조 위에서 '정당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고 '지도자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기에 이런 양태가 반복된다는 거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26일 남겨둔 시점에도, 정치인들은 탄핵된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던 '적폐'를 말한다. 감히, 괘씸, 격노 같은 표현도 나온다. "좀비 정치는 증오 정치, 반정치, 진영 논리, 승자 독식을 먹고 산다." 성찰, 경청, 책임은 잊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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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인 2013년 12월에 출간한 <끝이 시작이다>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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