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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15. 2023

사도 유타카, <나의 첫 오케스트라>.

조화의 소리. 

지난 주말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에 다녀왔다. 생애 첫 오케스트라이자 가족이 함께한 첫 콘서트이기도 해서 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갔다. 현장에서 느껴본 소리의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연주자마다 고유의 소리가 있었고 악기마다 고유의 음색이 있었다.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만들어 가는게 놀라웠다. 때로는 광야를 달리기도 했고 때로는 오솔길을 걷기도 했다. '선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했다. 


공연 다음 날 동네 도서관 어린이열람실에서 <나의 첫 오케스트라>와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를 읽었다. 사도 유타카가 쓰고 하타 고시로가 그린 <나의 첫 오케스트라>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글을 쓴 사도 유타카가 실제로 현직 관현악단의 지휘자라고 했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오케스트라가 뭐냐는 딸아이의 물음에 지휘자인 아빠가 이렇게 답한다. "오케스트라라는 건 많은 연주자들의 화합이라고 할 수 있지."


지휘자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거니까. 많은 악단원이 각자 자기 악기를 연주하며 함께 하모니를 이뤄 내는 거야. 기쁘거나 걱정스러운 일이 있거나 화가 나 있거나 슬프거나 여러가지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연주하는 동안만은 하나하나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기분을 넘나들어야 해. 마음대로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소리를 내서는 안 돼. 아빠가 맡은 일은 그 모두를 아우르는 역할이야." 


공연을 보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저 악기 하나를 다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 저 자리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직업으로서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을까? 2시간 공연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연습을 했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서로 마음이 안 맞는 단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공연도 일일텐데 저 악단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며 운영되고 있을까?' 


"여러가지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를 조화시켜 연주하는 악단". 국어사전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에 속한 악기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또 악기의 고유한 소리도 구분하지 못하지만 나는 이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조화의 멋이 참으로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자기를 드러내고 때로는 자기를 깎아내야 하는 이 과정이 참으로 인간답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조금씩 이 조화의 소리를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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