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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Nov 07. 2023

박총, <듣기의 말들>.

몇 가지 의아한 점. 

배운 것도 많았지만 의아한 것도 많았던 책이다.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가진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건강과 인지 연령이 4년 이상 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과학적 사실을 배웠고, "사람들은 당신의 비밀을 조용히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비밀을 지키고 그들을 지켜야 한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품위 있는 말을 배웠다. 그 외 듣기의 효용을 다룬 저자의 여러 문장에서 얻은 바가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책 가운데 내년에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낸 것도 도움이 되었다. 헤세의 <싯다르타>는 올해에만 벌써 3번째 메모한 작품이며, 소로의 <월든>은 2022년부터 읽겠다고 작심만 했던 작품이다.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은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직 버리지 않은 책이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권력욕을 다스려야 할 때마다 한번씩 꺼내어 보는 책이다. 그 외 좋은 책이 몇 권 더 있어 따로 적어 두었다.

   

이제 책에서 의아했던 것들을 몇 자 적어본다. 129쪽에 이런 문장이 있다. "한때 주식이네 코인이네 해서 광풍이 불 때도 나는 무풍지대였다. 금융 문맹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돈 되는 정보'에 일희일비하는 이들의 모습도 안쓰러웠다." 저자의 기준으로는 주식과 코인이 광풍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엄연히 있다는 걸 인식했으면 하고, '돈 되는 정보' 역시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


면지에 적힌 저자 소개 문장을 읽으면서도 나는 꽤 의아했다. "수많은 이들에게 엄청한 영향을 끼친 <욕쟁이 예수>, 마음의 결이 포개지면 인생책이 되고 마는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독서에 관한 책 중에 으뜸이라 자부하는 <읽기의 말들> 등을 썼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저자가 농을 잘하는 꽤 유쾌한 사람인가보다 했지만, 본문에도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의식 강한 문장들이 반복되고 있어 나는 읽기가 꽤 불편했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책 한 권에 담긴 문장은 어디까지가 저자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편집자의 영역일까? 책은 과연 저자의 것인가 편집자의 것인가? 작품의 톤 앤 매너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는가?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저자와 편집자는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가? 그리고 나처럼 이렇게 박한 평가를 하는 독자를 만나면 작가와 편집자는 얼마나 김이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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