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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Dec 19. 2023

선친 별세 7주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친께서 별세한 지 7주기가 되는 날이다. 하늘은 오전 내내 맑았다가 오후에 잠시 흐렸고, 눈이 잠시 내리다 이내 햇살이 내리 쬐었다. 해는 오전 7시 43분에 올라와 오후 5시 16분에 졌고, 기온은 영하 14도로 출발해 영하 2도까지 올라간 후 다시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가 사흘 뒤에 찾아온다.  


선친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2주 전인 1953년 7월 11일에 출생했다.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고, 장손을 귀히 여기는 조모 슬하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팔공산을 벗어나 대구 시내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경북 울산과 대구에서 각각 조선업과 섬유업에 종사했다. 한국경제는 한국전쟁 정전 이후 나날이 고속으로 성장해갔다.


선친은 1997년 외환 위기도 비교적 잘 넘겼다. 거래는 줄지 않았고 수출도 괜찮았다. 못 다한 학업을 잇기 위해 대학교육을 받았고 대학원 학위도 이어서 받았다. 멀리서 본 아버지는 배움을 즐거워했고 배우는 사람을 좋아했으며, 학위가 가져다주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적인 성찰보다는 외적인 인정이 중요해 보였다.


선친은 2016년 12월 19일에 숨을 거두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패혈증이었고 임파선과 뇌로 전이된 암세포가 명을 단축시켰다. 1년 남짓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였고, 남은 식솔들을 위해 자신이 모아온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선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평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시대를 겪지 않았고 그 시절을 겪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아버지가 아닌 아들의 위치에서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도 아빠가 되었고 어느덧 인생 후반전을 맞이할 때가 되었다. 선친의 7주기에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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