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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r 03. 2022

김은희, <하루10분 퀄리티타임 육아법>.

자기조절.

딸아이가 오늘 유치원에 입학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적잖히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큰 스트레스는 없어 보인다. 어린이집을 막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매일 아침 등원을 힘들어했다.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울기도 했고, 엄마와 헤어지는게 싫어 또 울었다. 시간이 지나고 차츰 적응이 된 건지, 어느 순간부터는 주말에도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고마웠다. 금요일 하원 시간이 되면, 담임 선생님은 딸아이에게 '우리 세밤 자고 보자'고 하셨다. 감사했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나 조금씩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유치원 입학을 걱정한 , 그곳이  넓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익숙했던 어린이집처럼 매일 놀던 장소가 아니며, 매일 났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아니며, 매일 었던 밥을 먹는  아니다. 처음가는 유치원에서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처음 먹는 밥을 먹어야한다. 쓰는 말의 범위도 달라질 것이다. 가능하면  가르치지 않는 유치원을 골랐지만, 수업 계획표에는 어린이집에서는  보던 과정들이 많이 있었다. 악기를 배우고, 줄넘기를 배우고, 영어를 배우고.  필요한 것들이지만 너무 이른  아닌지 염려가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린이집에서 놀았던 시간과 비슷한 양으로 유치원 생활을 한다는 거다. 내일부터 오전 9시 반 경에 버스를 타서 오후 4시께 버스를 내린다. 1년 반 정도를 이 시간동안 어린이집 생활을 했기에, 딸아이에겐 제법 안정된 흐름일 것이다. "항상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고, 어제 만난 친구와 오늘도 만나는 것은 지루한 일상인 것 같지만 가장 안정된 일상이기도 합니다"라고, 어제 오늘 읽은 김은희 선생의 <하루 10분 퀄리티타임 육아법>에도 적혀 있었다. 평소처럼 일어나고 평소처럼 아침밥을 먹으면 된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고맙다. 하루 10분이면 된다는게 아닌가. 양질의 10분만 아이와 함께하면 육아를 잘 할 수 있다는데 이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더 고마운 문장은 책 23쪽에 있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아이는 이기적인 존재에요. 부모로부터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필요한 것만 취한 채 떠나가지요. 아이도 엄연히 인격체이기 때문에 항상 부모가 옆에서 따라다니길 바라지 않아요. 필요할 때만 있어주길 바라지요. 우리도 아이일 때 그랬잖아요. 부모 눈을 피해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부모에게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도 많았지요."


딸아이는 내일부터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간다. 모든 게 낯설 것이다. 자기보다 잘난 친구들도 많이 볼 것이다. 못 알아듣는 말도 많을 것이다. 때로는 울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해나가야한다. 자기의 한계를 깨달아야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아빠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의 말을 잘 듣고 꼭 껴안는 정도밖에 없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꽤 많은 걸 얻었다. 작년에 읽은 오은영 선생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김소영 선생의 <어린이라는 세계>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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