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율의 독서 Mar 04. 2022

박상훈, <정치의 발견>.

20대 대선을 임하며.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째 날이다. 계속 난감했지만 오늘은 더욱 감당하기 어렵다. 2007년 17대 대선 이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첫 투표권을 얻은 2002년 16대 대선부터 나의 투표 승률은 50%이다. 16대, 19대 선거는 이겼고 17대, 18대 선거는 연속으로 졌다. 17대 대선 때는 기표소에서 도장을 찍으면서도 희망이 없었다. 이번 선거는 그 정도가 한층 심하다. 작년 7월에 시작한 예비후보자 토론 때부터 그랬다. 말은 거칠었고 태도는 옹졸했다. 그 누구도 16대 대통령을 넘어서거나 근접하지도 못했다.


20대 대선 여당 최종 후보가 된 사람은 2014년에 일 때문에 본 적이 있다. 체구는 작았으나 몸짓은 당당했다.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사람들이 자신을 신망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3시간 정도 말을 나누고 나서, 나는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만 했고, 듣기 좋은 소리에만 반응을 했다. 몇 년 후 그 가족의 욕설 파일을 듣고나선 판단을 굳혔다. 인륜을 저버리는 사람은 안전하지 못하다.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실려있었다. "무릇 천륜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믿을 수도 없다."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사람은  적이 없고, 그의  번째 비서실장과는 같은 직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3개월이었지만 인상은 아직 깊게 남아있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기 전부터 친일, 현대사 책을 여러권 썼고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이념에 투철해보였고 원칙에 철저한 사람같았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렵게 되자 그는 조금씩 짜증을 냈고, 결국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고 학벌이 낮은 회사 대표에게 '대표의 책임' 강하게 거론하며 회사를  떠났다. 그는 2022 2 21, 1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9대 대선 이후 나는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세상이 바뀔 거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일 자체가 많았다. 직장에서 제일 자주 쓰던 단어는 '생산성'이었고, 그 다음 단어는 '야근'이었다. 돈을 벌어야하니 그 외의 세상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책을 읽지도 않았다. 참여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직장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환경 속에 있었다. 19대 대선이 끝난 2017년 5월 9일 이후, 내가 읽은 정치 관련 책은 <정치의 발견>, <양손잡이 민주주의> 2권밖에 없었다. 정치는 단지 국회와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정치의 발견>을 5년 만에 다시 읽었다. 5년 전에 비해 밑줄 친 구절은 줄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표시를 한 문장은 몇 개 있다. "우선 정치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권자를 동료 시민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민주주의의 가치에 상응하는 정치가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이성을 갖춘 사람은, 앞서 끊임없이 강조했듯이 늘 내가 틀릴 수 있고,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배워야 하고, 내가 다루는 무기들의 위험성을 책임감 있게 자각하는 사람들이다."


**

20대 대선은 내게 다섯 번째 선거이다. 이번에는 희망이니 차악이니 하는 말은 싹 지워버리고, 오로지 선거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임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김은희, <하루10분 퀄리티타임 육아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