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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읽었다. 김호연 작가의 3번째 산문집으로, 2025년 3월에 푸른숲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나는 그간 김호연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와 두 번째 산문집 <김호연의 작업실>을 읽었으며, <망원동 브라더스>와 <불편한 편의점>을 포함한 장편소설은 아직 읽지 않았다. 보다 유명한 책을 읽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작법'에 관한 작가의 시선이 조금 더 궁금했다고 할까?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프롤로그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다섯 번째 소설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건 네 번째 소설이 출간되고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2019년 4월 말. 시내 대형 서점에 들른 나는 신간 매대에서 사라진 네 번째 소설을 찾아 책장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그리고 책장에 단단히 박혀 있는 내 책을 발견했다." 작가의 숙명인가 아니면 인간의 운명인가. 시간 앞에,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바로 이때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원주 토지문화재단의 K사무국장이었다. 소식인즉슨, 김호연은 2019년 9월에서 11월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지던시 '헤지덴시아 데 에스튜디안테스 Residencia de Estudiantes'에서 3개월간 묵으며 집필 활동을 할 자격을 얻게 됐다는 것이었다. 소설가의 자격으로. '돈키호테'에 관한 소설을 쓴다는 조건으로." 이렇게 작가는 <돈키호테>를 다시 읽고 출국을 준비한다.
작가는 스페인에서 3개월 동안 머무르며 세르반테스를 추적한다. 세르반테스가 나고 자란 곳을 둘러보고 그를 기념하는 곳에서 오늘의 세르반테스를 만난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고, 시에스타를 즐기고, 하몽과 와인을 즐기고, 밤 8시부터 시작하는 저녁 식사를 즐긴다. 스페인 사람들이 하는 대로, 스페인의 시간에 맞춰 일상을 가꾼다. 그렇게 스페인과 세르반테스를 만나며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3개월 간의 여정에 매듭을 짓는다.
작가는 스페인을 이렇게 추억한다. "이곳에서의 3개월은 내가 다시 소설을 쓰도록 만들어 줬다. 돈키호테를 찾으며 배운 건 그 대책 없는 용기와 신념이었다. 세르반테스를 쫓으며 느낀 건 생을 향한 불굴의 의지와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집필욕이었다."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와 묵혀두었던 <불편한 편의점>을 탈고하고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그리고 오늘도 자신의 루틴을 가꾸며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또 고쳐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