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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Dec 28. 2021

안희경, <오늘부터의 세계>.

코로나 시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책의 서문을 읽을 때는 결연했다. 세계 석학 7명을 인터뷰한 책이니, 한 수 배운다는 태도로 밑줄 긋고 중요한 문장을 옮겨 적자, 일곱 명의 주장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한 다음, 보기 좋게 다섯 단락 글쓰기를 하자. 지식도 쌓고 글쓰기 연습도 하자. 초서는 했다. 비슷한 주장과 다른 주장을 일별했다. 하지만 책을 요약하는 글쓰기는 포기했다. 어렵기도 하고,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맞는 말이긴한데,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을 그냥 적어보기로 했다.


코로나로 세상이 변한 건 알겠다. 마스크를 계속 써야되고 벗으면 눈치보인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함을 알면서도 한숨나고 짜증난다. 바이러스도 역사의 일부이니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짜증난다. 재난지원금을 주니마니 싸우고,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냐고 싸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자고 했던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해서 웃기고, 밝힐만큼 밝혔는데 뭘 또 밝히냐고 했던 사람들이 나라가 왜 이 모양이냐고 말하는 게 웃기다. 기대를 해서 한심하고 기대를 안 해서 어이없다.


선거철이 되니 충신 아닌 사람이 없고 역적 아닌 사람이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고, 모 아니면 도다. 정치가 중요한 건 알지만, 그놈이 그놈같고 또 실망할까봐 마음을 못 주겠다. 못 살던 나라가 유엔이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고, K 방역과 K 문화를 상찬하는 말을 들으면 없던 국뽕이 생기지만, 어떤 나라가 좋은 나란지, 국가는 무엇을 해야 제대로 된 국가인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참사는 계속되고 망각은 계속된다. 차라리 이럴거면, 검찰 무리들이 정권을 잡고 갈 때까지 가야 검찰개혁이 비로소 시작되는 건 아닌 지 묻게 된다.


바이러스는 계속 발생한다고 한다. 새로 생기면 적어도 1년은 가고, 적응됐다 싶으면 다른 바이러스가 온다고 한다. 인간이 파헤치는 숲이 많아졌고, 살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이 인간을 만나면서 바이러스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젠 어떻게 해야되나. 야생동물들을 모조리 잡아다 불에 태우면 해결되나. 갈아엎은 땅에 흙을 다시 깔고 나무를 심으면 바이러스가 없어지나. 불가능하다. 원인을 말하는 건 간단하나 원인의 역사가 너무 길고 너무 깊다. 도시에 살고 있는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건 당장 없어보인다.


국가의 역할을 다시 묻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보니 세월호 때 물었던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의 역할이었다. 기본도 못 했던 국가에 분노했던 거였다. 코로나 시대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방은 소멸되고 도시는 계속 개발되는 이때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공존을 가치로 정치를 개혁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게 국가의 역할일까. 현실은 현실이니 있는 걸 가지고 뭐라도 해보는 게 현명한 판단일까. 역사는 발전하고 인생은 아름답다지만, 뭐가 발전이고 인생은 뭔지 갈수록 난해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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